[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베어벡은 알찬 휴가 보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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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12-21 00:00
입력 2006-12-21 00:00
핌 베어벡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이십여 일에 이르는 휴가를 떠났다.20일 출국, 새해 1월 중순에 돌아온다. 일부에선 너무 길지 않느냐고 지적한다. 일상적으로 이십여 일 휴가는 꽤 길어 보인다. 아시안게임 성적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귀국 후에도 “선수들의 전술 이해 능력이 부족했다.”는 발언까지 있었다. 때문에 장기 휴가에 대해 비판적일 수 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에 따르면 이번 휴가는 지난 6월 계약 당시에 명시된 것이다. 또 이 기간은 개인 휴가이기 때문에 유럽에서 무엇을 하는지 알 수도 없고 알 이유도 없다고 한다. 필자는 이 점이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계약 당시 명시된 사안을 지금 상황을 근거로 가타부타 논할 수 없는 일이다.

더 중요한 것은 상호 신뢰다. 지난 두어 달 동안 전지 훈련과 원정 경기로 숨가쁘게 보낸 시기를 되돌아보며 재충전할 기회로 삼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하고 그런 신뢰 속에서 2007년을 기약해야 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도 현재 한국 축구는 조정 국면에 들어가 있다. 국내 경기와 국제 경기가 모두 끝나 각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이 저마다 중요한 ‘스토브 리그’를 치르고 있다. 선수들과 1년 내내 일상을 나누는 감독들에게도 연말연시는 새해를 모색하는 소중한 시기일진대 모든 선수들이 소속팀으로 돌아간 이때 대표팀 감독만 혼자 남아 할 일은 그리 많지 않다. 특정한 시점에 맞춰 일시적으로 합류해 정해진 기간 동안만 생활하는 대표팀 특성 때문에라도 지금 베어벡 감독은 없는 시간을 쪼개서라도 자신의 축구 철학을 다듬고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런 경우를 두고 망중한이라고 한다. 특히 베어벡 감독으로서는 하반기 내내 성인 대표팀과 올림픽, 그리고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까지 맡아서 그 목표와 성질이 서로 다른 경기를 숱하게 치렀으니, 약간의 휴식을 통해 더욱 심원한 계획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 지난 일정을 돌이켜보고 무엇이 과잉됐고, 또 무엇이 부족했는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휴가의 길고 짧음이 아니다. 베어벡 감독이 어떤 다짐과 계획, 로드맵을 구상하는가의 여부다.

베어벡 감독이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 유능한 코치로서의 이력을 스스로 잊어버리고 막중한 권한과 책임을 진 일국의 감독으로서 새롭게 거듭나도록 원대하면서도 치밀한 구상을 다듬어 돌아오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2006-12-2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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