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두의 그린에세이] 인어공주와 골프엘보
수정 2004-06-09 00:00
입력 2004-06-09 00:00
나는 열심히 노력만 한다면 꾸준히 기량이 상승하리라고 믿었다.정말로 처음 5년간은 배우고,연습하고,실전을 쌓은 만큼 실력이 늘었다.그래서 이대로만 모든 일이 진행된다면 싱글핸디캐퍼도 되고 이븐스코어도 기록할 수 있으리라는 환상에 빠졌다.
실력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는데,어느 순간 스윙이 흐트러지면서 골프엘보라는 병이 생겼다.골프를 멀리하고 팔을 쉬게 하면 나을 것이라는 전문의의 처방에 따라 한달을 쉬었다.그래도 완쾌가 되지 않았다.두 달을 쉬었다.다시 골프채를 들자 팔꿈치가 욱신거렸다.당연히 실력은 퇴보했다.
실력이 형편 없어진 나는 연전연패했다.친구들은 먹기 좋은 도시락을 지참하려고 계속 불러주었지만,나는 피할 수밖에 없었다.팔이 아파도 골프는 하고 싶은데,초청을 거절해야 하는 심정은 쓰리고 아렸다.
실력이 퇴보를 하는 골퍼들을 많이 본다.나처럼 부상 때문이라거나 사업이 너무 번창해서 라운드 시간을 낼 수가 없기 때문에 실력이 줄어든 골퍼도 있고,반대로 사업이 안 돼 모든 면에서 자신감을 잃어서 공이 안 맞는 사람도 있다.병이 들거나 나이가 들어가면서 기력이 쇠해서 드라이버와 아이언 샷의 거리가 줄기도 한다.
골프란 드라이버샷의 비거리가 100m밖에 안 나가도,한 라운드에 120타를 기록해도 충분히 즐거운 운동이라고 한다.그러나 수양이 덜 된 나는 절대로 즐거울 수가 없었다.
“네 목소리는 여기 바다 밑에서 가장 아름답지.난 그 목소리가 필요하단다.그것으로 마법의 약을 만들어야 하니까.”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에서 마녀가 인어공주에게 한 말이다.인간인 왕자를 사랑한 인어는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두 다리가 필요했다.인어공주는 사랑하는 왕자를 만나기 위하여 목소리를 내어주고 다리를 얻는다.
나는 불치병이 돼버린 골프엘보를 앓고 있는 팔을 붙들고 생각에 잠긴다.나는 무엇을 포기하면 사랑하는 골프에게 다가갈 수 있는 건강한 팔을 얻을 수 있을까.
의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웬만한 장기는 새 것,혹은 인공의 것으로 갈아 끼우게 됐다.눈의 각막도 심장도 신장도 새 것으로 갈아 끼운다.목소리를 받아가고 다리를 달아주는 나쁜 서양 마녀보다는,헌집을 가져가고 새집을 주는 우리네 착한 두꺼비를 찾아가야겠다.두꺼비에게 ‘두껍아 두껍아 헌집 줄게 새집 다오.’가 아니라 ‘두껍아 두껍아 헌팔 줄게 새팔 다오.’라고 소원을 빌어봐야 겠다.
소설가·골프칼럼니스트 youngdoo@youngdoo.com˝
2004-06-09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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