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후년의 클럽하우스] 골프 약속
수정 2004-03-16 00:00
입력 2004-03-16 00:00
‘1억원 이상은 한 달에 한 번,2억원 이상은 두 번 이상’이라는 말이 나온 지 이미 오래 전.상사의 주말 부킹을 챙기기 위해 하루 종일 전화통을 움켜잡는 샐러리맨의 고충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접대 골프를 받는 사람이야 상관없지만 직접 골프장 부킹을 챙겨야 하는 사람은 전화통을 붙잡고 씨름깨나 해야 한다.400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급증한 골프 인구 탓에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갈 정도의 엄청난 경쟁을 뚫어야 가능한 것이 부킹의 현주소다.골프장 임원 등을 통해 부탁하거나 돈을 주고 부킹을 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수도권 인근 골프장의 주말 부킹은 100만원을 훌쩍 뛰어 넘는다.
이처럼 어려운 부킹을 따냈어도 막상 가보면 골프 약속을 어기는 사람이 있다.‘처가 애를 낳거나 처삼촌이 돌아가셨을 때를 제외하면 절대로 어기면 안 되는 것이 골프 약속이다.’라는 말처럼 골프 약속은 꼭 지켜야 하는 불문율.처녀가 애를 낳아도 수만 가지 이유가 있다지만 골프 약속을 어긴 사람 역시 수만 가지 이유를 댈 것이다.그러나 많은 경우 술이 원수다.건강한 사람일수록 자신을 과신한 탓에 술잔을 마다하지 않아 다음날 골프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기 쉽다.골프 약속이 있으면 가급적 술을 가까이 하지 마라.주위의 좋은 벗을 잃게 된다.부킹 약속을 어긴 사람은 다른 일을 아무리 잘 해도 좋은 말을 들을 수 없다.또 가까스로 자리에 참석해도 좋은 인상을 남기지 못한다.
그러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출발조차 못한 경우가 다행일 때도 있다.귀한 손님을 모시고 라운드해야 하는데 골프장으로 향하는 길이 차로 꽉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진다면 정말 환장할 노릇이다.부킹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길이 막혀 있어 입술이 바싹바싹 마르는 상황을 적잖은 사람이 경험했을 것이다.전용차선이나 갓길은 물론 곡예운전이라도 가능하다면 시도할 수밖에 없다.
방법은 하나.예전에 30분 먼저 골프장에 도착했다면 이젠 1시간 먼저 도착할 요량으로 서둘러 길을 나서자.
골프 칼럼니스트 golf21@golf21.com˝
2004-03-16 47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