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보기]농구협회 어디로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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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2-25 00:00
입력 2004-02-25 00:00
군대 생활이 성인 남성들의 ‘평생 안줏감’이 듯 올드팬들은 지금도 농구대잔치 시절을 그리워한다.지난 1997년 프로농구가 출범한 이후 외국인선수들이 림이 부서져라 덩크슛을 꽂고,토종선수들의 기량도 부쩍 늘었지만 “10시간씩 기다리며 입장권을 산 그 시절이 좋았다.”는 얘기가 요즘도 코트 주변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그렇다고 농구대잔치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매년 초겨울이면 대학을 주축으로 모든 아마추어 팀들이 1년을 결산하는 농구대잔치를 치른다.물론 과거에 견주면 쑥스러울 따름이다. 농구대잔치의 몰락 만큼이나 주관 경기단체인 대한농구협회의 위상도 초라해졌다.대회를 불과 며칠 앞두고 겨우 스폰서를 구할 정도로 궁핍하고,‘오갈데 없는(?) 원로들을 위한 단체’라는 비아냥까지 들을 정도로 옹색해졌다.

이런 농구협회가 요즘 고사 위기에 내몰렸다.홍성범 회장 등 집행부가 총사퇴했기 때문이다.지난 18일 대의원총회에서 일부 대의원들은 “홍 회장이 약속한 출연금 3억원 가운데 5000만원을 미납했다.”고 성토했고,5일 뒤 홍 회장은 이사회에서 책임을 지겠다며 사의를 밝혔다.

저간의 사정이야 어찌됐든간에 약속한 출연금 가운데 일부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기가 2년이나 남은 회장을 몰아내려 한 것은 아무래도 무리인 것 같다.중소기업체 사장인 홍 회장은 그동안 “사업체의 형편이 나아지면 곧바로 채워 넣겠다.”고 말해왔다.

홍회장을 성토한 사람들의 속뜻은 다른 데 있다는 게 농구계 안팎의 관측이다.협회 주변에서는 “농구에 관심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온 홍 회장에게 쌓인 불만이 터져 나온것”이라거나,“회장을 겨눈 것이 아니라 그동안 협회를 실질적으로 좌우해온 임원들에 대한 비토”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한 발짝 더 나아가 “특정세력이 협회를 장악하려는 시도”라는 시각도 있다. 한 젊은 대의원으로부터 “돈 안내려면 나가라.차라리 내가 돈 내고 회장하겠다.”는 막말을 들은 홍 회장과 집행부는 총사퇴했지만,새로운 집행부 구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 쓰러져가는 농구협회가 이전투구의 장이 돼 두 번 죽지 않도록 농구인들이 자제력과 지혜를 발휘할 때다.

이창구기자˝
2004-02-25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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