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치·카드내역 영장 없이 못 봐
‘실종 아닌 가출’ 땐 수색도 한계
경찰청, 허위 종결사건 감찰 착수
매년 7만 건에 달하는 성인 실종 신고가 접수되지만 상당수는 단순 가출로 취급돼 수색 없이 종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 귀가가 대부분이라는 이유로 성인 실종의 위험성을 낮게 판단하다 정작 긴급한 구조가 필요한 실종자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4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18세 이상 성인 실종 신고는 7만 814건으로, 18세 미만 아동(2만9563건)과 치매 환자(1만6586건)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이 중 7만591건(99.7%)은 경찰의 본격적인 수색 없이 사건이 마무리됐다.
사건이 조기에 종결되는 경향도 뚜렷하다. 실종 신고 후 해제까지 걸린 시간을 분석한 결과 신고 접수 후 ‘1시간 이내’에 종결된 비율은 2015년 26.8%에서 2026년 6월 53.1%로 2배 가까이 급증했다. 하루(24시간) 이내 해제율도 같은 기간 74.6%에서 91.1%로 높아졌다. 일선 경찰 관계자는 “성인 실종은 단기간에 귀가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단계에서 위험성을 판단하고 적극적인 수색에 나서는 데 현실적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근본적 원인은 법적 근거 부재다. 현행 ‘실종아동법’상 일반 성인은 ‘가출인’으로 분류한다. 아동·장애인과 달리 범죄 연루 가능성 등이 확인되지 않는 한 위치정보나 카드 내역 등을 확보할 수 없어 실종자의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보다 초기에 발견된 곳 위주로 확인하는 데 그치는 구조다. 제주 장미란(37)씨 실종 사건의 경우 담당 경찰관이 실종자와 통화조차 하지 않고 허위로 종결한 사실이 드러나 문제가 됐지만, 성인 실종에 대한 대응 체계 자체가 허술한 탓에 수면에 드러나지 않은 유사한 사례는 더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경찰청은 제주 실종 사건 허위 종결 의혹과 관련해 사건 처리와 지휘·관리·감독 체계 전반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철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면서 후속 대책 마련에도 나섰다.
경찰은 감찰을 통해 장씨 사건을 담당한 A경장이 사건을 종결하는 과정에서 어떤 보고를 했는지와 상급자들의 관리·감독이 적절했는지 등을 전반적으로 들여다볼 예정이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담당 경찰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수사해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이날 전국 일선 경찰서 형사과에 ‘실종사건 수사 강화 계획’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보내 실종 사건 처리 결과를 각 경찰서 형사과장이 확인하도록 했다.
전문가들은 실종 수사의 제도적 사각지대 해소와 효율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내규에만 의존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실종 수사의 명확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데이터 분석을 바탕으로 인력을 촘촘히 배치해 실종 사건의 골든타임을 사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임태환·이지 기자
세줄 요약
- 성인 실종 99.7% 단순 가출 종결
- 법적 근거 부족으로 초기 수색 한계
- 골든타임 놓칠 우려와 제도 보완 필요
2026-08-25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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