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상품 주고 돈 받는 ‘내구제 대출’… 고금리 빚만 떠 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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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지연 기자
손지연 기자
수정 2026-05-19 19:27
입력 2026-05-19 18:14

SNS 타고 변종 불법사금융 기승

자신이 직접 휴대전화·상조 가입
브로커가 상품 받고 범죄에 악용
할부금·렌털료 등 본인이 갚아야
상품권 사채로 숨진 30대도 당해
불법 거래에 피해자 공범 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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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A씨는 인스타그램에서 ‘휴대전화를 개통하면 돈을 융통할 수 있다’는 광고를 접했다. 당장 생활비가 급했던 A씨는 100만원 상당의 휴대전화 4개를 개통하는 조건으로 240만원을 받았고, 휴대전화 기기는 전부 브로커에게 넘겼다. 약 6개월 뒤 A씨는 기기값과 각종 소액결제를 포함해 약 1700만원의 빚을 떠안게 됐다.

‘상품권 사채’를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3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변종 불법사금융인 ‘내구제(내가 나를 구제한다) 대출’의 심각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내구제 대출은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나 상품 등을 계약한 뒤 제3자에게 넘기고 현금을 받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는 불법으로, 고금리 빚을 떠안게 되는 것은 물론 형사책임을 질 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19일 경찰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변종 불법사금융 수법은 ‘휴대폰깡’을 넘어 가전 렌털과 상조 상품으로 번지고 있다. 금융권 대출이 어려운 사람이 본인 명의로 휴대전화·가전제품·상조상품 등을 계약하면, 브로커가 이를 넘겨받아 현금화한다. 명의자에게는 할부금, 통신요금이나 렌털요금 등이 쌓인다.

온라인과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유심 내구제’, ‘상조 내구제’ 홍보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한 온라인 의류 쇼핑몰 질의응답(Q&A) 게시판에는 “당일 즉시 처리”, “최고가” 등을 앞세워 상담을 유도하는 글이 올라와 있었다. 정식 업체처럼 ‘안전 거래’를 강조하는 표현도 있었다.

‘내구제 대출’은 대부분 불법이다. 대전지법 천안지원은 2024년 대출 희망자들을 상조 결합상품에 가입시킨 뒤 가전제품을 회수해 판매하는 방식으로 423차례에 걸쳐 13억 1073만원을 가로챈 일당에게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알선 피고인들에게도 공동 책임이 있다고 봤다.

다만 내구제 대출은 대부업법으로 처벌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법원은 2019년 ‘휴대폰깡’ 사건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은 인정했지만 무등록 대부업 혐의는 무죄로 봤다.



피해자도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등으로 형사책임을 질 수 있어 신고를 꺼리는 탓에 2·3차 피해로 이어지기 쉽다. 김서희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이사는 “경찰 신고가 최선이지만 제도권 밖의 금융거래라 피해자도 처벌받을 위험이 있다”며 “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통신사에 휴대전화 개통을 취소하고 대화 등 증거자료를 수집해야 한다”고 했다.

손지연 기자
세줄 요약
  • 본인 명의 계약 뒤 현금화하는 내구제 대출 확산
  • 휴대전화·상조·가전 렌털로 수법 다변화
  • 할부금·요금 부담과 형사책임 위험 동반
2026-05-2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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