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또래 살인 피의자 자백…“살인 충동 해소하려고”
정철욱 기자
수정 2023-06-01 16:36
입력 2023-06-01 11:38
범죄 관련 방송, 도서 보며 살인 충동
과외 앱서 학부모 행세하며 대상 물색
교복 입고 피해자 집 방문해 범행
경찰, 1일 신상공개 여부 결정
1일 부산경찰청과 금정경찰서에 따르면 살인, 사체 유기 혐의로 구속된 정씨가 경찰과 가족의 설득에 지난 31일 범행 동기를 자백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평소 인터넷과 방송매체 등의 범죄 수사 프로그램에 관심이 많았으며, 이를 보며 살인 충동이 생겨 실제 행동에 이르게 됐다고 진술했다.
정씨는 과외 중개 앱에서 만난 A씨의 집에 지난 26일 찾아가 그를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경남 양산 낙동강변의 한 풀숲에 버린 혐의를 받는다. 정씨와 A씨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로, 지난 24일 과외 중개앱을 통해 처음 만났다. 단지 A씨가 여성이고 혼자 산다는 이유로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정씨는 앱에서 학부모 행세를 하며 강사로 등록한 A씨에게 중학교 3학년 딸을 보낼테니 과외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틀 뒤 정씨는 중고 교복을 사입고 흉기를 소지하고 A씨의 집에 방문해 살인을 저질렀다. 이후 자신의 집에 들러 여행용 가방을 챙겨 A씨의 집으로 향했고, 가방에 훼손한 시신 일부를 담아 지난 27일 오전 1시쯤 택시를 타고 낙동강변에서 내려 시신을 유기했다.
정씨는 체포 이후 줄곧 말다툼을 하다가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약 3개월 전부터 ‘시신 없는 살인’ 등을 검색하고, 도서관에서 범죄 관련 도서를 다수 대여하는 등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드러났다.
경찰 조사 결과 정씨는 범행 전부터 살인과 사체유기 등을 대략적으로 계획했으며, A씨가 실종된 것으로 위장하려고 신분증과 지갑, 휴대전화 등을 챙겼으나 미처 처리하지 못한 상태에서 붙잡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정씨가 정신과 치료 등을 받은 적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지만, ‘사이코패스’ 범죄에 해당하는 지는 전문가와 함께 검토할 것”이라며 “현재까지 추가 범죄가 있는 것으로 볼 정황은 없지만,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부산경찰청은 이날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죄의 중대성·잔인성 인정되고 유사범행 예방 등 공공의 이익을 위해 신상공개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정씨의 얼굴과 이름, 나이를 공개했다. 부산경찰청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한 것은 2015년 10월 5일 부산진구에서 발생한 실탄사격장 총기 탈취 사건 이후 8년 만이다.
부산 정철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