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건설’ 前 행복청장도 땅 샀다…공직자 너나없이 투기

이천열 기자
수정 2021-03-15 18:35
입력 2021-03-15 16:04
국가산단 후보 선정 9개월 전 시설 매입
정의당 “세종 공무원·시의원 수사 의뢰”
전임 행복청장 등 공직자 너나없이 세종시 부동산 투기에 뛰어든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하나둘씩 투기의 실체가 벗겨지면서 ‘세종시는 투기장’이라는 사실이 점차 선명해 지는 형국이다.정의당 세종시당은 15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직 세종시 공무원 A씨와 시의원 B씨 등 2명을 경찰에 수사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A씨는 시에서 추진하는 대규모 도시공원 조성 정보를 취득한 뒤 4000만원을 들여 토지를 매입했다. 이 땅은 현재 10배가 넘는 4억~5억원에 거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당은 A씨가 시세 차익을 노리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 투기했다고 보았다.
시의원 B씨는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내 연서면 와촌리에 임야 2만 6182㎡를 매입했다. 정의당은 “B씨는 행정수도 건설 얘기가 나온 후인 2005년 산을 매입했지만 직위를 이용해 국가산단 후보지를 확정하는데 관여하면서 투기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씨는 주변에 “세종시의원 중에 내가 최고 부자”라고 말하는 등 평소 자신의 부를 과시했다는 소문이 떠도는 상태다.
이혁재 세종시당위원장은 “세종시가 조사 대상을 산업단지로 국한한 것은 수박 겉핥기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정의당은 또 이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임대기간 만료 등 이유로 공공임대 주택을 분양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친인척이나 지인 등에게 특혜를 제공한 의혹을 제기하고 이 부분도 경찰에 수사의뢰하겠다고 했다. 정의당에 따르면 LH 직원들이 홈페이지에 분양 공고를 하면서 ‘세종시’가 아닌 ‘전국단위’로 검색해야 확인할 수 있도록 까다롭게 한 뒤 친인척 등에만 알려줬다는 것이다. 정의당은 세종시 해들마을 5단지 등을 사례로 들고 ‘LH 직원의 친인척 등이 다수 분양받았다’는 제보가 많다고 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세종시 건설을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장을 지낸 C씨도 연서면 봉암리 토지 622㎡와 부지 내 경량철골 구조물을 매입했다. 퇴임 후인 2017년 11월 말 매입했지만 이듬해 8월 국가산단 후보지 선정 9개월 전이어서 내부 정보 이용 의혹을 피할 수 없게 됐다. C씨는 “퇴임 후 세종시에 정착하려고 매입했는데 지금 거기에 살지는 않는다”고 해명했다.
여영국 정의당 대표 후보는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 “세종시는 밟는 곳마다 투기 아닌 곳이 없다고 해 ‘지뢰밭’이라고 부른다”라면서 “성역 없는 수사, 관용 없는 처벌, 불법 취득 부동산 환수·몰수 등의 강력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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