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문자’ 왜 성희롱이냐구요?” 양성평등 강사가 답했다
김정화 기자
수정 2020-07-20 18:30
입력 2020-07-20 17:28
뉴스1
기업과 공공기관 대상 양성평등교육 전문 강사인 이은희(58)씨는 20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난 16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등으로 고소한 전직 비서 측이 근무 때 겪은 성차별과 성희롱 피해를 추가로 알리자 온라인에서 피해자에 대한 비난 강도가 한층 거세졌다.
박 전 시장을 두둔하며 다른 사람과 팔짱 낀 사진을 올려 “나도 성추행범이냐”고 조롱하거나 고소인에게 “직접적인 증거가 없으면 고소인도 범죄자다”, “비서가 시장에게 속옷 정도 가져다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날 선 반응이 터져 나왔다.
“회식은 ‘갑질’ 알면서 성희롱은 왜 피해자만 탓하나요”14년 동안 양성평등 교육을 담당해 온 이 강사는 “회식 자리에서 술을 강권하는 등의 일반 ‘갑질’에 대한 인식은 많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성(性)과 관련해서는 왜 더 빨리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느냐며 피해자를 탓하는 경향이 있다”며 위력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이해 부족을 꼬집었다.
현재 양성평등기본법과 남녀고용평등법 등은 성희롱 행위자가 상급자라는 직장 내 지위를 이용해 피해자에게 성적 굴욕감과 모욕감을 주는 행위를 하면 직장 내 성희롱에 해당하는 것으로 넓게 보고 있다.
이 강사는 “박 전 시장이 비서에게 보냈다는 속옷 사진의 경우 일각에서는 ‘박 전 시장이 원래 소탈한 성품이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도 속옷 셀카를 올린다’고 주장하지만, 누구나 볼 수 있는 SNS에 공개한 것과 업무 외 시간에 개인적으로 부하 직원에게 보낸 것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 강사는 “회사에 갓 들어간 어린 직원은 직장생활에서의 도움을 위해 당연히 상사에게 잘 보이려 하는데, 상급자는 이를 이성으로서의 호감으로 느끼는 경우가 많다”며 “기본적으로 친한 친구가 아닌 직장 내 관계에서는 퇴근 이후 사적인 메시지를 보내는 것 자체가 잘못일 수 있다는 교육이 더 많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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