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명 목숨 앗아간 빗물 저류시설 사고, “수몰 당시 유일 탈출구 직원들이 폐쇄”
이하영 기자
수정 2019-08-02 20:35
입력 2019-08-02 18:51
현장 관계자들 “피했을 줄 알았다”
잇따른 인재(人災) 정황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서울 양천경찰서는 2일 “목동 사고 당시에 작업자들이 드나들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던 ‘유지관리 수직구의 방수문’을 현장 관계자들이 수동으로 닫은 사실이 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방수문은 사고 지점에서 지상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로 수동 조작만 가능하고 안에서는 열 수 없는 구조다.
경찰에 따르면 현대건설 직원 등 현장 관계자들은 자동으로 수문이 열려 수로 안으로 작업하기 위해 들어갔던 노동자들이 고립된 이후인 8시 15분쯤 방수문을 폐쇄했다. 방수문 폐쇄는 전기제어실 배수 펌프 보호와,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닫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이는 매뉴얼에 따른 행동은 아니며, 이와 관련한 매뉴얼은 없었다. 관계자들은 문을 닫은 후 수직 이동 바구니를 통해 유지관리 수직구로 들어가 직접 구조 활동을 하다가 여의치 않자 8시 24분쯤 소방에 신고했다. 현장 관계자들은 “사고를 당한 사람들이 어떻게든 물살을 피했을 것으로 예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31일 서울 양천구 목동 빗물 저류배수시설 공사장의 지하 터널에 투입된 노동자 3명이 폭우로 수문이 자동으로 개방되면서 빗물에 휩쓸려 결국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일 오전 협력업체 노동자 2명이 시설 점검을 위해 터널로 들어갔고, 수문이 개방된 후 이들과 연락이 닿지 않자 이들을 구조하기 위해 현대건설 직원 1명이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양천소방서는 사고 당일 오전 10시쯤 구모(65)씨를 발견해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결국 숨졌다. 이튿날엔 구조작업 약 21시간 만인 오전 5시 42분 한유건설 소속 미얀마 국적의 A(23)씨, 5시 47분 현대건설 소속 직원 안모(29)씨의 시신을 발견해 수습했다.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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