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째 봉사하는 재미에 푹… 나에겐 놀이 같아요”

정현용 기자
수정 2018-12-05 00:57
입력 2018-12-04 23:02
병원 안내·수건접기 봉사 최혜란 할머니
최 할머니처럼 장애를 갖고도 이 병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숨은 천사’가 7명이나 된다. 병원이 의료사회사업을 운영한 지난 60년 동안 75세 봉사 정년을 마친 이들도 여럿 있다고 했다. 그도 30여년 전 우연히 가족의 지인이 세브란스병원에서 수건 접는 일을 하는 것을 본 뒤 “나도 저 정도 일이면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해 봉사하는 재미에 빠졌다고 했다.
최 할머니도 20대 초반까지는 여느 장애인처럼 집 밖조차 제대로 나서질 못했다. 3살에 소아마비를 앓은 뒤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라고 삶을 비관했다. 그러다 40년 전 국내 최초의 장애인 여의사이자 한국소아마비협회 정립회관 관장이었던 황연대(80) 여사가 “종이 한 장이라도 들 수 있으면 그것이 봉사”라고 한 강연을 듣고 타인을 위한 삶을 결심했다. 그래서 30대 후반부터 틈틈이 일주일에 3일, 오전과 오후 3시간씩 세브란스병원에서 수건 접기와 안내 봉사활동을 했다. 최 할머니는 “요즘엔 체력이 되지 않아 오랜 시간 일하진 못한다”며 “2005년 병원 본관을 신축해 정신없이 바빴을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했다. 병원은 봉사 시간이 1500시간을 넘었을 때 그에게 감사 배지를 증정했다. 그러고도 그는 1000시간을 더 넘겼다.
그는 봉사에 대해 “노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최 할머니는 “집에서 벽 보고 있는 것보다 훨씬 의미 있는 삶이니 즐거운 것 아니냐”며 “전화 상담이나 장애인 복지관에서 아이들 밥 먹여주는 일처럼 장애인이라도 남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남을 돕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그는 “나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며 “혼자 사는 세상은 없다. 나도 주변에서 도움받은 것을 돌려주는 것일 뿐”이라고 밝게 웃었다.
글 사진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2018-12-05 31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