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하나은행 인사실무자 수첩서 ‘윗선’ 개입 정황
김태이 기자
수정 2018-02-09 09:24
입력 2018-02-09 09:24
‘장(長)’, ‘합격’ 등 발견…검찰, 메모 의미·배경 확인 작업
9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은 대검찰청이 지난 5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이첩한 하나은행 채용비리 의혹 관련 참고자료 가운데 인사 담당자들의 수첩에서 ‘장(長)’과 ‘합격’ 등의 글씨를 발견했다.
이 메모는 짤막한 낱말들만 나열돼 있어 그 자체만으로는 정확한 의미나 전후 맥락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부지검 형사5부(정영학 부장검사)는 이 메모가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또는 함영주 하나은행장 등 윗선을 지칭하는 일종의 은어 또는 약어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메모를 작성한 배경과 메모의 뜻을 파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을지로 신사옥을 압수수색 해 인사 관련 자료들을 확보한 수사팀은 압수물 분석을 마치는 대로 인사 담당자들을 불러 메모 속 ‘장’이 누구를 뜻하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특히 담당자들의 진술뿐 아니라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메모의 의미를 파악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채용비리의 윗선으로 지목된 이들이 사실관계를 부인할 경우 진술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들이 채용비리가 문제 될 때를 대비해 ‘윗사람의 강압에 못 이겨 한 행동’이라는 책임 회피성 허위 메모를 남겨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나은행은 직원 선발 과정에 특혜를 줄 목적으로 관리된 명단이 없다며 채용비리 의혹을 부인해왔지만, 해당 메모의 내용이 실제 윗선 지시를 뜻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검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이뤄진 금감원 조사에서 파악된 5개 은행의 채용비리 의심 사례 총 22건 중 절반이 넘는 13건이 하나은행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은행은 은행 사외이사나 계열사 사장과 관련된 지원자 명단인 이른바 ‘VIP 리스트’를 작성·관리하며 입사 과정에 특혜를 주고, 서울대·연세대·고려대·위스콘신대 등 특정 학교 출신 지원자의 임원 면접 점수를 임의로 올려준 의혹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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