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청 내년 ‘한국 성지 순례길’ 선포

이재연 기자
수정 2017-06-19 23:28
입력 2017-06-19 22:38
서울대교구와 협의 완료 단계
중구 제공
한국 성지순례의 길은 서소문공원을 중심으로 명동성당, 주문모 신부가 최초로 부활절 미사를 집전했던 북촌 한옥마을(가회동성당), 혜화동(가톨릭 신학대학), 광화문광장 시복(諡福)터, 조선 형조·의금부가 있던 종각·종로 일대 23㎞다. 약 60리 길이다. 또 참수지였던 절두산·당고개·새남터성지로도 이어진다. 2014년 8월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은 순교자 27명을 시복한 광화문 시복미사에 앞서 서소문공원을 참배하며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신유박해(1801년), 기해박해(1839년), 병인박해(1866년) 당시 수많은 천주교인이 순교한 장소다. 1984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 방한 때는 서소문에서 순교한 44명이 시성됐다. 25명은 추가로 시성될 예정이다.
그러나 지난주 중구의회가 ‘구유재산 관리계획안’을 부결하며 올해 사업예산 51억 7000만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구는 지난해 말부터 여섯 차례 같은 안건을 제출했지만 네 차례 부결됐고, 두 차례는 상정조차 안 됐다.
김기래 중구의회 의장은 이날 “지방자치법 제39조에 따라 10억원 이상 구 보유 재산 취득·변경 시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구청이 이를 무시하고 사업을 추진하다 제동이 걸린 것”이라며 “이 지역은 천도교(동학)에서도 동학농민운동 지도자 전봉준·최시형이 순교한 중요 성지다. 다른 종교와의 형평성도 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구 관계자는 “사업 중단 시 기투입된 110억원을 구가 전부 토해내는 것은 물론 원상 복구비까지 총 390억원의 세금이 낭비된다”고 주장했다.
서울 중구와 구의회가 정책을 두고 갈등하는 일은 일상적이지만 문제는 ‘한국판 산티아고’가 무산될 가능성이다. 서울대교구 측은 “서소문공원은 성지순례길 중 핵심 구간으로 완공 예정인 내년 6월을 지나면 로마 교황청의 순례길 선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대교구 측은 지난 17일 구의회를 방문,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 추기경 역시 “교계의 염원을 담아 갈등이 대승적으로 풀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2017-06-2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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