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5년전 다른 여성과 살림 차린 남편 이혼 청구 허용

이두걸 기자
수정 2016-03-09 14:06
입력 2016-03-09 11:29
지난해 9월 대법원이 이혼 판결의 유책주의 원칙은 유지하면서 예외를 폭넓게 명시한 이래 유책 배우자의 이혼 청구를 허용하는 하급심 판결이 잇따르고 있다.
서울고법 가사2부(부장 이은애)는 혼외 여성과 두 아이를 낳은 A씨가 장기간 별거한 아내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청구 소송에서 이혼을 허가하고 A씨가 위자료 8000만원을 B씨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1983년 B씨와 결혼해 자녀 둘을 낳고 18년간 부부로 함께 살았다. 2001년 그는 일하다 알게 된 여성과 사귀면서 집을 나가 동거를 시작했다.
A씨는 2006년 B씨를 상대로 이혼 소송을 냈으나, 외도를 한 유책배우자라는 이유로 법원에서 기각됐다. 항소했으나 역시 기각돼 2008년 이 판결이 확정됐다.
5년의 시간이 흐른 뒤 A씨는 다시 이혼 소송을 냈다. 두 자녀는 모두 성년이 됐고 한 자녀는 결혼도 했다. B씨는 여전히 이혼을 원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단은 이번엔 달랐다. 1심과 2심 모두 이혼을 허가하는 판결을 했다.
재판부는 ”축출이혼의 염려가 없거나 유책성을 상쇄할 정도로 배우자 및 자녀 보호와 배려가 이뤄졌을 때, 세월의 경과에 따라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이 점차 약화해 쌍방 책임의 경중을 따지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가 된 때는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를 허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원고와 피고의 혼인생활은 약 15년의 별거로 인해 실체가 완전히 해소되고 각자 독립적인 생활관계를 갖기에 이르렀고, 원고는 별거 기간 피고와 자녀에게 생활비, 양육비, 결혼비용 등으로 총 10억원 정도를 지속해서 지급하는 등 경제적 부양의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다만, 별거 기간 A씨가 상당한 돈을 B씨와 자녀들에게 이미 지급했다는 점을 고려해 재산분할 비율은 A씨 80%, B씨 20%로 정했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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