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열차추돌’ 참사 막은 기관사 징계지시 논란
수정 2014-07-04 14:44
입력 2014-07-04 00:00
서울시 감사관, 48명 징계지시…노조 “탁상행정” 서울시 “성급한 측면 있어…재심 여지 둘 것”
4일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서울시 감사관은 지난달 30일 서울메트로 감사관실에 공문을 보내 추돌사고 관련자 48명을 징계할 것을 지시했다.
서울시는 선행열차 기관사와 신호관리 직원 등 6명은 중징계, 후속열차 기관사 등 나머지는 경징계(경고·주의 포함) 처분하도록 지시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절대 수용할 수 없다며 이날 서울시 감사관에 면담을 신청, 징계가 확정될 경우 재심 청구까지 불사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노조 관계자는 “특히 팔 부상을 당하면서까지 대형참사를 막은 후속열차 기관사 엄모(46)씨에게까지 경고 처분 지시가 내려지면서 승무원 조합원을 중심으로 사기가 크게 저하됐다”고 주장했다.
엄 기관사는 사고 당일 신호에 따라 정상운행하다 신호 오류로 뒤늦게 적색 신호를 확인, 기본 제동 장치뿐만 아니라 매뉴얼에도 나와있지 않은 보안제동을 함께 걸어 열차 속도를 시속 68㎞에서 15㎞까지 낮춘 상태에서 후속열차를 선행 열차와 추돌하도록 했다.
엄 기관사가 보안제동을 걸지 않았다면 후속열차가 약 70m를 더 진행해 열차가 완전히 찌그러져 다수의 사망자까지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엄 기관사는 충돌 당시 충격으로 어깨뼈가 부러져 한동안 치료를 받았다.
노조 관계자는 “박원순 서울시장도 여러 자리에서 엄 기관사를 칭찬했고 국가기관에서 나온 조사원들도 엄 기관사가 더 큰 사고를 막았다고 인정했는데 돌아온 건 징계 지시뿐이어서 직원들이 격앙돼 있다”고 전했다.
노조 측은 또 서울시가 경찰과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 취임 하루 전 이례적으로 무더기 징계 지시를 내린 것에 유감을 표했다.
노조 관계자는 “징계 내규를 그야말로 탁상에 앉아서 해석한 것”이라며 “신호시스템의 오류를 인정해 기술본부장이 사퇴하고 사장도 불명예 퇴진한 마당에 이런 징계를 무차별적으로 수용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감사관은 477명이 다친 사고에 대한 정당한 징계 지시라고 반박했다.
서울시 감사관 관계자는 “단순히 징계 인원수만 놓고 ‘무더기 징계’라고 할 순 없다”며 “단순한 사고가 아니라 신호 고장으로 시민 477명이 다친 있을 수 없는 사고였기에 그렇게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고와 주의까지 포함하면 (징계 대상자가) 48명이 맞지만 공식적인 중·경징계만 따지면 24명”이라며 “후속열차 기관사도 주의운전을 소홀히 해 사고를 예방하지 못한 책임이 중한데 사고 피해를 최소화한 점을 고려해 경고 조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서울메트로의 한 승무직 직원은 “경고와 주의도 결국 징계란 것은 상식”이라며 “엄 기관사는 신호에 따라 정상운행을 하다가 뒤늦게 신호 오류를 감지하고 기지를 발휘한 것인데 주의운전을 소홀히 했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징계 지시를 받은 서울메트로 감사관실은 서울시 산하기관으로서 지시를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지만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하급기관으로서 지시를 받는다, 안 받는다 따질 입장은 아니지만 서운한 점이 있는 것은 맞다”며 “개인이나 노조 등에서 도저히 징계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면 인사위원회, 나아가 중앙노동위원회에까지 가서 다시 따져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정무라인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 감사관의 징계 지시 사실을 접한 박 시장도 검찰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무더기 징계를 내린 것은 성급한 측면이 있는 만큼 재심의 여지를 줘서 형평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감사관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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