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준위, 블랙이글 추락 뒤 자살한 이유는
수정 2012-11-30 14:10
입력 2012-11-30 00:00
블랙이글기 추락원인 정비사 실수…상관 준위 27일 자살
지난 15일 발생한 블랙이글 항공기(T-50B)의 추락 사고는 정비사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
공군은 30일 T-50B에 대한 사고조사 결과 담당 정비사(중사)가 항공기의 상승·하강을 조종하는 장치(Pitch 조종계통)를 정비하면서 이 장치에 꽂았던 차단선을 뽑지 않아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통상 정비사는 항공기 이륙 전 Pitch 조종계통의 정확한 계측을 위해 가는 철사 굵기의 차단선을 꼽아 시스템을 정지시키고 나서 정비하고 있으며 정비를 마치면 반드시 이 차단선을 뽑아야 한다.
공군 관계자는 “담당 정비사가 사고 사흘 전인 지난 12일 Pitch 조종계통 차단선 점검 후 반드시 뽑아야 할 차단선을 뽑지 않는 과실을 범했다.”면서 “이 때문에 항공기의 Pitch 조종계통이 정상 작동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공군 사고조사단은 사고기와 같은 T-50B를 대상으로 Pitch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상태로 모의 실험한 결과 사고 당시와 같은 현상이 발생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시 사고기는 원주기지를 이륙한 뒤 상승하던 중 기수가 계속 하강하는 현상을 보였으며 조종사 고(故) 김완희 소령은 상승자세 유지를 위해 조종간을 최대로 당겼으나 900여m 상공에서 기수가 급격히 하강하면서 추락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김 소령은 350여m 상공에서 비상 탈출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순직했다.
공군은 목격자의 증언과 달리 공중 화재는 없었고 사고기의 엔진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등 기체 결함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군은 Pitch 조종계통 차단선을 뽑지 않은 작업자와 지휘·감독자를 포함한 업무 관련자들에 대해 별도 조사를 진행한 뒤 엄중히 문책할 계획이다.
해당 정비사의 상관(준위)은 후배 실수에 대한 자책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27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이후 중단됐던 T-50 기종의 비행은 내달 첫 주부터 재개된다.
공군은 유사한 사고 방지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사전에 정비 결함인지 시스템을 보완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군은 “이번 사고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 드려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 “공군 전 장병은 깊은 자성과 함께 심기일전해 비행사고 방지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고는 1999년 9월 항공유 대신 맹물을 연료로 주입해 발생한 F-5F 전투기 추락 이후 또 한 차례의 어이없는 사고로 기록되게 됐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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