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들 동요 일단 ‘진정’…여진 가능성
수정 2012-11-29 17:25
입력 2012-11-29 00:00
“착잡ㆍ참담…개혁 필요성 동의하나 신중한 추진 필요””퇴진 앞둔 총장이 ‘개혁안 발표’ 순리에 어긋나”
내부에서는 검찰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됐는지 부끄럽다며 자조섞인 반응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한 총장이 사퇴하는 마당에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는 것은 순리에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왔다.
수도권의 한 간부급 검사는 “창피하고 부끄럽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슬플 뿐”이라고 자조했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장도 “착잡하고 참담하다. 안타깝다”며 “이번 사태를 계기로 진정성 있는 검찰 개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조금 늦은 감이 있는 것 같다”고 아쉬움을 토로하며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텐데 앞으로 조직을 추스르는데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그동안 검찰이 너무 특정 개인의 ‘개인기’에 의존한 건 아니었는지 반성해야 한다. 외부의 충격이 한꺼번에 오니 일순간 무너지는 느낌”이라며 “결국 검찰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원칙대로 수사하는 게 정도(正道)”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찌 보면 워낙 외부의 간섭을 받다 보니 어느 순간 바깥의 눈치를 보게 됐고 수사를 하고도 욕을 먹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이제 검사가 사건을 마음대로 재단하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부터 새 역사를 써 가야 하지 않겠나”라고 자문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서는 한 총장이 사퇴하면서 검찰 개혁안을 발표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며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상황에 따라서는 개혁안의 내용과 수위를 놓고 또 다른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장은 “개혁과 사퇴라는 말은 그 성질상 양립할 수 없는 것”이라며 “그걸 누가 추진하겠나. 그런 생각은 사퇴의 변에 담을 말이지 개혁안으로 밝힐 성질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방의 간부급 검사도 “이건 마치 퇴임하는 대통령이 앞으로 뭘 하겠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며 “개혁이라는 건 후임자들이 검토해서 처리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논리적, 물리적, 순리적으로 맞지 않는 결정”이라며 “지금은 차분히 뭐가 필요한지, 뭐가 문제인지 진단해서 제대로 된 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재경 지검의 한 평검사도 “나가려는 분의 태도로는 이해가 잘 안 된다”며 “앞으로 남은 개혁의 몫은 후배들에게 맡기고 떠나는 게 아름다운 모습일 것”이라고 고언했다.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검찰 개혁은 형사소송 전반이 어떻게 바뀌고 움직여야 하는가에 대한 인식을 갖고 큰 틀에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며 “졸속 추진은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결과가 올 수 있는 만큼 차분하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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