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폭행·성희롱 외면한 교사가 낳은 비극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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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12-02-08 00:00
입력 2012-02-08 00:00
학교 폭력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서울 양천구 모 중학교 2학년 담임교사가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서울신문 2월 7일자 1면>된 가운데 이 학교에서 가해 학생들이 지난해 4월부터 7개월 동안 한 학생을 집요하게 폭행하고 폭언과 성희롱을 일삼아 온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담임교사는 피해 학생이 자살할 만큼 심각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었으나 가해 학생들에게 가벼운 주의만 주고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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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에 따르면 A(15)군 등 가해 학생 8명은 지난해 김모(여·당시 14)양과 같은 반에 배정된 후부터 그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순순히 말을 듣지 않고 대든다.’는 것이 이유였다. 급기야 지난해 4월에는 A군 등 2명이 교실에서 김양의 머리를 때리며 욕설을 한 사실을 전해 들은 김양의 부모가 교장을 찾아와 항의하기에 이르렀다.

이때부터 김양은 꼼짝없이 ‘왕따’로 찍혔다. 가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친구들에게 들으라는 듯 “부모에게 고자질하는 바보 같은 애가 있다. 걔는 이제 죽었다.”고 떠들었다. 그새 가해 학생은 8명으로 늘어났다. 밥을 먹는 김양의 팔을 치거나 어깨를 잡아 넘어뜨리고 머리채를 잡아 흔드는 등 이들의 폭행은 갈수록 더해 갔다. 김양의 소지품을 훔치고 성희롱도 일삼았다. 한번은 화장실 물을 떠다 김양에게 뿌려 모욕감을 주기도 했다.

지난해 11월 가해 학생들은 교실에서 자리에 앉아 있는 김양을 에워쌌다. 체육시간에 김양이 공을 담장 밖으로 차 넘기고도 주워 오지 않았다며 머리채를 잡아 흔들었다. “우리한테 붙지 말고 떨어져 있어.”, “냄새나는 X” 등의 폭언까지 쏟아냈다.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하소연할 곳을 찾지 못한 김양은 가해 학생의 이름을 적은 유서를 남긴 채 그날 밤 자신이 살던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리고 말았다. 꽃 같은 소녀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이었다.

직무유기 혐의로 경찰에 입건된 담임교사 안모(40)씨는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도록 폭행 사실을 학교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에 따르면 안교사는 김양의 부모가 4차례나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학교에 이런 사실을 보고조차 하지 않은 채 가해 학생들에게 가벼운 주의를 주고 끝냈다. 현행 학교폭력예방법에 따르면 교원은 학교 폭력 사실을 알았을 경우 학교장에게 보고해야 한다. 안교사는 “괴롭힘을 당한다는 사실을 안 후부터 쉬는 시간마다 교실을 찾아 김양을 살피는 등 최선을 다했다.”면서 “폭력이 발생할 때마다 담임의 입장에서 판단해 내 선에서 해결했다. 구체적인 법 조항과 보고 서류를 몰랐을 뿐 교사로서의 보고 의무를 몰랐던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소라기자 sora@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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