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곽복원 위해 공관부터 옮겨야”
수정 2012-01-31 17:47
입력 2012-01-31 00:00
한양도성 투어…‘복원 위원회’ 구성 “경관 해친 건축허가 사례 백서 만들고 공무원 이름 기록”
하루 꼬박 서울성곽을 걸으며 도시계획 구상에 나선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기종료 후 성곽 복원을 위해 시장 공관을 옮기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시장은 31일 이른 오전부터 문화재 전문가들과 한양도성 투어를 하다 공관이 있는 혜화문 앞에 다다르자 “공관이 성곽 복원을 막는 위치에 있으면서 다른 건물은 이전시키고 복구를 요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공관 수리비로 3천200만원이 들어 지금 없애면 낭비일 수 있다”며 “임기 후에는 반드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투어는 숭례문 복원 공사현장에서 출발해 오후 늦게까지 성곽을 따라 남산과 낙산, 백악산, 인왕산에 오르며 광희문과 흥인지문, 혜화문, 창의문, 돈의문 터 등을 둘러보는 코스로 계획됐다.
박 시장은 이날 투어에 대해 “지난 28일에는 헬기를 타고 서울 하늘을 봤고, 오늘은 땅을 봤다”며 “가까운 시일 내 배를 타고 한강, 서울의 물도 둘러보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있는 도시계획의 큰 그림을 그리겠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낙산 정상에서는 기자설명회를 열고 성곽 복원을 위한 위원회와 사업단을 만들고, 서울의 도시건축허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백서를 작성하겠다고 밝혔다.
박 시장은 “서울성곽이 기가 막힌 자산이란 걸 확인했다. 단순히 복원해 유네스코 문화유산에 등재하고 관리하는 것을 넘어 이 인근을 제대로 개발하는 사업으로도 연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조망권을 해치는 스카이라인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남산타운이나 아파트는 고도제한을 했어야 했다. 공무원은 현장에 반드시 와서 도시계획 시뮬레이션을 해봐야 한다”며 “1900년대까지는 서울에 빈 땅이 많았는데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 문화재 인근의 땅을 살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행한 공무원에게 최근 5년간 경관을 해치는 건축허가 사례를 기록한 백서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박 시장은 “어떤 공무원이 허가를 했는지 이름까지 모두 기록하라”고 말했다.
오찬 자리에서는 개성, 평양성, 국내성 등 북한의 유적지들도 통일 전에 유산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박 시장은 “그래야 통일 후 우후죽순으로 아파트 짓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또 개성 성곽 복원을 서울이 지원하는 문제와 자연이 보존된 DMZ(비무장지대)를 세계유산으로 지정하는 방안에 대해 시민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고민하기도 했다.
박 시장은 인왕산에 오르기 전 서울에 대설주의보가 발령, 많은 눈이 내리기 시작하자 오후 3시30분께 일정을 중단하고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자리를 옮겨 제설작업을 지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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