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머리는 표준어 명예훼손 아니다”
수정 2011-11-04 00:00
입력 2011-11-04 00:00
1심 무죄→2심 벌금형→대법 무죄
법원의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이라면서 “대머리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일 뿐 단어 자체에 경멸·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대머리라는 단어가 통상 일반인이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대머리는 가치평가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면서 “방송 등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사례가 있고, 현대 의학에서는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일 대머리가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인지에 대한 하급심의 다른 결론과 관련, 1심 판결을 존중했다. 대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이버 공간상에서 대면 없이 오간 ‘뻐꺼’나 ‘대머리’라는 표현은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사용한 것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게시글도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에 포함돼 의사 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2011-11-04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