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수갑을 일반택배로?‥추석연휴 ‘배짱’ 배송
수정 2011-09-08 13:28
입력 2011-09-08 00:00
택배물량과 섞여 분실 위험‥제작업체 “문제 없다”
추석 연휴 배송 물량이 급증한 상황이라 분실할 위험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8일 모 지역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서 시범 사용하기로 한 실리콘 수갑 10개가 일반 택배를 통해 장비보급계로 배송됐다.
경찰 특수장비인 수갑이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추석 선물이 든 택배 박스와 함께 섞여 배송되고 있는 것이다.
택배업체의 한 관계자는 “추석 연휴를 보름 정도 앞둔 지난주부터 배달 물량이 정신없을 정도로 쏟아지고 있다”며 “내용물은 제대로 확인할 겨를도 없다”고 전했다.
그는 “물량이 몰리다 보니 보통 2∼3일 정도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며 “물품을 분실하지 않기 위해 ‘조심 또 조심’하지만, 배달 사고를 다 막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하소연했다.
하지만 경찰 장비를 생산하는 한 공급 업체 측은 문제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체의 한 관계자는 “분실을 걱정하는 건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하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20년간 단 한 건의 분실사고도 없었다”며 “최근 일반 택배를 통해 모 지역 경찰청으로 보낸 실리콘 수갑도 무사히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스 겉면에 경찰 수갑이라는 것을 크게 표기해 택배업체에서 더 신경 써서 배송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수 장비를 직접 사용하는 일선 형사들은 이런 상황에 대해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충남 지역의 한 형사는 “지금까지 분실 사고가 없다고 해서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추석이나 설 명절에 택배 물량이 쏟아진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일 텐데 경찰 장비를 일반 택배로 주고받는 건 안일한 태도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모 형사도 “최근 택배 물품 절도 사건이 잇따르는 상황이니만큼 배송에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경찰청의 한 장비보급 담당자는 지역 경찰청과 생산 업체 간 거리가 멀기 때문에 택배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물리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물품이 많은 경우 서울지방경찰청에서 제주도를 포함한 각 지역 경찰청에 직접 가져다주지만, 소량인 경우엔 일반 택배를 이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배송 과정에서 장비를 분실했거나 도착이 며칠씩 늦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며 “경찰 수갑을 악용한 범죄 역시 한 건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배송 시기를 조절하는 등 장비 보급체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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