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호씨 연작소설 ‘가족’ 통해 김수환 추기경 회고
수정 2009-03-10 00:30
입력 2009-03-10 00:00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 가장 긴 여행은 머리에서 가슴으로의 여행이라 하셨죠”
그는 생전 추기경과 대여섯 차례 만났는데 마지막 만났을 때 ‘아무리 추기경님이라도 내 시간을 빼앗을 수 없다는 쓸데없는 자존심으로 냉정하게 식사를 할 수 없다.’고 돌아섰는데, “왜 함께 식사를 하지 그래.” 하던 추기경과의 지상에서의 마지막 대화가 마음에 맺혔다는 것이다. 그는 “그때 추기경님의 그 눈빛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2003년 신년 대담에서 김 추기경은 “이 세상에서 가장 어렵고도 가장 긴 여행이 뭔지 아느냐?”고 묻고는 “바로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여행으로, 나 역시 평생 이 짧아보이는 여행을 떠났지만 아직 도착하기엔 멀었소.”라고 말했다고 최씨는 회고했다.
지난해 7월 암 수술을 받은 작가는 당시 같은 병동에 입원해 있던 추기경을 차마 문병하지는 못했지만 “추기경님이 같은 병동에서 같은 환자로 누워 계시다는 것이 얼마나 위안이 되던지, 불면의 밤이면 그분께서도 불면의 고통으로 뒤척이고 계시다는 생각에 얼마나 용기를 얻었던지….”하고 회고했다. 그는 또 추기경 선종 이틀 후인 2월18일 새벽 꿈속에서 “어디선가 따뜻한 손이 나타나 내가 수술받은 왼쪽 얼굴을 정확히 두 번 쓰다듬으셨다. 그리고 잠에서 깨어났는데 나는 그 손길이 추기경님의 것임을 확신하였다.”고 적기도 했다.
작가 자신의 일상을 바탕으로 한 연작소설 ‘가족’은 최씨가 1975년부터 연재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연재 소설로, 오는 8월이면 400회에 이르게 된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2009-03-1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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