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바보’ 잠들다] 하늘의 문이여, 열리시오

  • 기사 소리로 듣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공유하기
  • 댓글
    0
수정 2009-02-21 00:46
입력 2009-02-21 00:00

-김수환 추기경님 하관 예절에 부쳐

추기경님 눈감으신 지 닷새.

이게 웬 일입니까 애도하는 인파의 끝이 어디입니까.

이웃 사랑의 불꽃이 하늘을 사릅니다.

죽음이 영원한 삶의 시작임이 밝게 보입니다.

슬픔에서 이처럼 맑은 기쁨이 피어오르네요.

눈물이 용서와 화해의 바다임을 실감할 따름입니다.

늘 부족하다고 겸손해하셨지만

이 놀라운 광경을 보고 추기경님 스스로도 놀라시겠지요.

용인의 정한 흙이여 두 손 모아 받으시오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가는 몸을

그러나 사랑의 짐 다 풀고 이제 거룩한 한 몸을.

하늘의 문이여. 열리시오. ‘다 마쳤다’ 하신 예수님 따라

사랑 일 다 마쳐 가벼운 영혼을 맞아들이시오.

하늘에도 땅에도 같은 평화가 흐르네.

성찬경 시인

성찬경 시인 약력 1930년 충남 예산 출생. 1956년 조지훈의 추천을 받아 ‘문학예술’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화형둔주곡’, ‘벌레소리 송’, ‘시간음’, ‘반투명’ 등이 있다. 예술원 회원.
2009-02-21 2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에디터 추천 인기 기사
많이 본 뉴스
원본 이미지입니다.
손가락을 이용하여 이미지를 확대해 보세요.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