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계동판 ‘돈을 갖고 튀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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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기자
수정 2008-04-08 00:00
입력 2008-04-08 00:00

‘20년 이웃’ 50대 女계주 150여명 100억 챙겨 잠적

서울 노원구 상계시장에서 수십년간 냉면집을 운영해온 A(66·여)씨는 7일 머리를 싸매고 누워 이틀째 식음을 전폐하고 있다.A씨는 2006년 입소문을 통해 40명이 매월 50만원씩 부어 2000만원이 모이면 월이자가 20만원씩 붙어 원금을 돌아가며 타는 계모임을 알게 됐다.

계주가 상계동 일대의 ‘큰 손’인 김정숙씨라는 것 외에 자세한 신분은 모르지만 20년 동안 곗돈을 부은 사람도 큰 문제가 없다고 귀띔해줬다. 결국 은행 이자의 수십배를 손에 쥘 수 있다는 생각에 계 11개에 선뜻 곗돈을 붓기로 했다. 아들과 딸에게도 권유해 가입시켰다. 매월 50만원씩 2년간 24차례나 부어 조만간 2억원에 가까운 돈을 만지리라 기대했지만, 계주 김씨는 며칠 전 자취를 감췄다.

여기저기 수소문하는 가운데 피해를 입었다는 사람들이 속속 나타났다.‘김정숙’이란 이름도 가명이란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김씨가 관리한 계 모임이 30개가 넘는다. 피해를 입은 사람은 주부·상인 등 150여명이고, 피해 금액은 100억원대로 추정된다.

피해자들이 7일 노원경찰서에 고소하면서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찰조사에서 김정숙씨의 신원은 김모(56·여)씨로 확인됐지만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조사결과 김씨는 평소 상계동에 있는 남동생 집을 오가며 회원들의 환심을 사는 방식을 써온 것으로 확인됐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열 달째 곗돈을 타는 사람이라면 회원 40명이 매달 50만원씩 넣어 만든 원금 2000만원에 한 달 이자 20만원씩을 합친 열달 이자 200만원을 더해 2200만원을 받는 식이다. 은행보다 이자율이 훨씬 높아 여러 개의 계에 가입한 사람이 부지기수다. 때문에 150여명의 피해자 가운데 많게는 14개 계에 가입해 매월 700만원씩이나 부은 사람도 있었다.

평소 밝게 웃으며 돈을 모아 가던 김씨가 갑자기 자취를 감춘 건 지난 2일. 계 모임 회원들은 김씨의 종적을 궁금해하기 시작했고, 김씨 남동생이 최근 3억 9000만원짜리 아파트를 5000만원이나 싸게 급매한 뒤 달아났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급기야 지난 6일 밤 피해자들이 모여 대책모임을 조직하기에 이르렀다.

피해자 모임에선 “김씨가 중국으로 달아났다.”는 소문도 나오고 있다. 현광활(35) 변호사는 “김씨가 재산을 다 처분하고 달아났다면 현실적으로 구제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노원서 관계자는 “정확한 피해자 수와 피해액 추산을 위해 피해자들의 자발적인 고소 접수가 요구된다.”면서 “알려진 것보다 훨씬 많은 피해자가 나올 것같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2008-04-0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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