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전문교사 되는 지름길? 테솔 ‘이상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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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기자
수정 2008-02-01 00:00
입력 2008-02-01 00:00

‘이수=영어교사’ 보장 없는데도 학원강사 등 문의 빗발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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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솔? 무조건 해야죠. 테솔 이수하고 외국으로 연수갈 생각입니다.”(입시학원 영어교사 윤모씨) “교사의 꿈이 눈앞에 다가왔습니다. 테솔 이미 신청했어요.”(학습지 교사 이모씨)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영어 교육 프로그램인 테솔(TESOL) 이수자에게도 영어전용교사 자격을 주기로 함에 따라 논란이 격화되는 가운데 테솔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신문 1월31일자 4면 참조>

테솔 과정을 운영 중인 A대학에는 31일 문의전화가 폭주했으며, 이 대학은 수강인원을 대폭 늘릴 계획이다.

인수위 방침이 나오기 전인 지난달 초 수강신청 때는 정원 20명을 채우지 못했지만 올해 가을학기부터는 수강인원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W대학 학생들은 인수위 발표가 나오자 대학 측에 테솔 과정에 공신력 있는 인증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요구했다. 대학 측은 “졸업생도 인증받을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수 기간이 8주로 가장 짧은 T전문학원은 인수위가 테솔을 거론한 지난 28일부터 100여건의 온라인 상담을 받았다.

이 학원은 3월부터 수강료를 198만원에서 248만원으로 올릴 계획이다. 인터넷 포털 카페 ‘테솔 나라’에는 지난 3일간 100여명이 넘는 가입자가 몰렸다.S대 테솔교육 관계자는 “이수한다고 다 교사가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무작정 가입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인수위 홈페이지 게시판 ‘국민성공정책제안’에는 테솔에 불만을 쏟아내는 글이 여전히 끊이지 않는다. 교대 졸업예정자인 이모씨는 “제발 현재 ‘백수’ 상태인 영어교사자격증 소지자들을 먼저 채용해 달라.”고 했고, 박모씨는 “단기 테솔 이수자들에게는 자격을 주지 말라.”고 주장했다. 국내 최초로 테솔 과정을 도입한 숙명여대에 대한 비난 글도 이어지고 있다.

영어교육을 강조하는 이경숙 인수위원장이 숙대 총장이어서 테솔과 숙대를 연결시키는 글이 많다. 인수위가 기존 교사들에게도 테솔 교육을 시키겠다는 방침에 대해서는 “정부 예산으로 테솔 과정을 운영하는 대학만 살찌우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비판도 많다.

영어학원 강사들은 교단에 도전할지를 놓고 심사숙고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의 C학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박모(35)씨는 국내 테솔과정을 거쳤다. 그는 “교사 보수가 학원강사보다 많지 않으면 굳이 학교로 들어갈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학원에 남아 몸값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울 중계동 C학원 영어강사 김모(29·여)씨는 “비록 계약직 교사라 하더라도 학원강사보다는 신분이 더 안정적이지 않겠냐.”면서 “보수가 비슷하다면 학교로 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양대 영어교육학과 김임득 교수는 “각 대학이 수익을 위해 테솔 과정 규모를 늘리겠지만 테솔만으로는 교사의 자질을 갖출 수 없다.”면서 “결국 테솔 시장만 팽창하고, 교육의 실효성은 얻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8-02-0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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