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떠나 삼성 지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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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섭 기자
수정 2007-11-12 00:00
입력 2007-11-12 00:00
이종왕 삼성그룹 법무실장(사장급)이 지난 9일 전격 사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삼성그룹 전략기획실의 홍보팀 임직원들은 휴일인 11일에도 아침에 출근, 여론동향과 대책마련에 분주했다.

이 전 실장이 사직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 전 실장은 삼성그룹 지인들에게 보낸 200자 원고지 기준 18장에 이르는 이메일에서 사직의 심경을 피력했다.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겠다는 게 이 전 실장이 사실상 공개적으로 밝힌 사퇴의 변이다.

그는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행위로 회사가 큰 곤경에 처한 데에는 저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전 실장은 지난 8∼9월 김 변호사의 부인이 세 차례에 걸친 협박성 편지를 회사에 보내 왔을 때 모두 근거없는 황당한 주장이었기 때문에 법과 원칙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판단에 따라 적당히 타협하지 말자는 뜻을 전했다. 그의 뜻이 반영돼 삼성그룹측은 ‘편지’를 무시했으나 김 변호사가 폭로함에 따라 일이 커졌고 이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게 순리라고 이 전 실장은 판단했다. 삼성그룹측이 이 전 실장의 ‘원칙·강경론’에 따라 행동했지만 결과적으로 김 변호사의 폭로로 회사가 힘들어진 만큼 책임을 지겠다는 뜻이다.

이 전 실장이 또 이메일에서 밝힌 것처럼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보고 직업에 대한 회의가 든 것도 사퇴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 듯하다. 그가 아예 변호사등록을 취소한 게 이런 배경에서다. 이 전 실장이 이메일에서 밝힌 이러한 사퇴의 동기 외에 삼성에 부담을 덜어 주기 위해서 물러난 게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그룹측이 에버랜드 전환사채(CB) 재판에서 증거·증인을 조작했고 재판부 로비까지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김 변호사의 폭로로 검찰 수사가 예정된 만큼 법무책임자로서 이 실장도 조사를 피하긴 힘들다.

이에 앞서 ‘법무실장’이라는 타이틀을 버려 삼성측에 부담을 덜어 주려는 뜻이 있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앞으로 이어질 김 변호사의 공세에 이 전 실장이 보다 자유로워진 개인 자격으로 적극 대응할 가능성도 있다.

이 전 실장의 사직이 ‘대(對)여론용’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실장이 결백을 강조하면서 사직, 여론을 환기하고자 했다는 분석이다.

삼성그룹 법무실 이수형 상무보는 “김 변호사가 폭로한 의혹들은 사실규명만 하면 된다.”면서 “이 전 실장이 있고 없고에 따라 달라질 것은 없다.”고 덧붙였다. 이 상무보는 “삼성그룹이 김 변호사를 고발하면 개인과 삼성, 약자와 강자간의 싸움으로 바춰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사건이 정리되면 김 변호사가 법적으로 책임질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말해 법적대응도 시사했다. 삼성측은 또 김 변호사의 부인이 보낸 편지를 공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한편 이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참여연대는 “이 문제를 축소·왜곡하기 위한 것으로 사건의 실체를 밝히는 데 별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2007-11-12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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