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취재지원’ 갈팡질팡
20일 경찰청의 취재지원 선진화 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14일 기자들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하고, 경찰관을 만나려면 미리 협조공문을 보내야 한다는 내용의 방안을 발표했다. 이같은 취재 제한조항들은 경찰청과 서울경찰청, 일선 경찰서에 일괄 적용될 방침이었다.
이와 관련, 경찰청은 기존 기자실을 폐쇄하는 대신에 본청에는 개방형 기사송고실 및 브리핑룸, 서울청에는 개방형 브리핑룸, 서울시내 8개서는 개방형 공동송고실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개방형’이란 미사여구를 달았지만 기자실을 별관으로 옮겨 경찰 사무공간과 분리해 실질적으로 경찰과 기자의 접촉을 차단하는 셈이다. 또 본청에 등록한 기자(출입증 소지자)에게만 각 경찰서의 출입을 허용키로 했다.
하지만 경찰청은 이에 대한 반발이 거세지자 일선 경찰서 출입에 대해서는 “민원인이 빈번하게 출입하는 형사당직 및 교통사고조사계, 민원실 등은 출입을 허용하고, 면담신청서 없이 방문 및 전화 취재활동을 보장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다만 경찰청과 서울청 및 일선 경찰서 일부 부서에 대한 출입 제한은 기존 방침을 고수했다.
경찰이 이처럼 부분 수정에 나선 것은 그동안 불도저식으로 ‘선진화방안’을 추진하면서도 일선 경찰서의 취재 현황에 대해 파악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택순 경찰청장은 이날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용어 자체를 취재 제한으로 얘기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 차이가 있다.”면서 “더도 아니고 덜도 아니고 정부의 선진화 방안에 맞춰서 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룡 인제대 언론광고학과 교수는 “비판이 제기되니까 일선 경찰서를 제외한다는 얘기는 말장난에 불과하다.”면서 “기자를 적으로 보고 정보를 차단하는 제도가 무슨 선진화인가. 정할 건 다 정해놓고 뒤늦게 언론사를 상대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폭행 사건처럼 로비에 의해 경찰이 움직이고 줄줄이 옷을 벗는 것을 보면 아직 경찰이 신뢰를 받는 수준까지 가진 못한 것인데, 수사기관에 대한 언론 감시까지 약화시키는 것은 분명 잘못이다. 밀실수사로 인한 인권침해 등의 폐해를 낳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도 “경찰이 총리 훈령안을 해석하고 적용시키는 데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기자실을 닫는 것은 기자단과 단계적으로 협의를 거치면서 해도 되는 것인데 너무 성급했다. 그 결과 비판을 받고 계속 말을 바꾸는 것은 더욱 문제가 있다. 처음부터 훈령안을 경찰에 적용하는 논의와 준비를 철저히 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