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量心불량’ 김치냉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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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기자
수정 2007-06-21 00:00
입력 2007-06-21 00:00
‘구형 184ℓ와 신형 297ℓ 김치냉장고의 김치 저장용량이 똑같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앞두고 김치냉장고를 마련한 소비자들이 ‘눈속임 용량 표기’에 속아 낭패를 보고 있다.

20일 서울신문이 소비자 제보를 토대로 김치냉장고의 용량을 조사한 결과, 상당수의 김치 냉장고에 실제 김치가 들어가는 양은 카달로그(제품 안내 소책자) 표기 용량의 40∼60%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선 판매원들도 김치 실용적량(실제 김치를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은 숨긴 채 냉각, 신선도 유지 등 성능만을 강조해 소비자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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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았다고 항의해도 교환 안돼”

충남 예산군에 사는 주부 안모(48)씨는 용량이 큰 김치냉장고가 필요해 지난 11일 L사 297ℓ짜리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를 구입했다.3년전 마련한 같은 회사 제품 뚜껑형 184ℓ짜리를 쓰던 안씨는 김치를 옮겨 넣어 보고 깜짝 놀랐다. 용량 차이가 113ℓ나 났지만 새 김치냉장고에 똑같은 양의 김치밖에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화가 난 안씨는 곧바로 대리점을 찾아 교환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김치를 이미 넣어 안 된다고 거부했다.”면서 “판매업자의 말을 믿고 샀고, 카달로그나 제품에도 김치 실용적량은 표기돼 있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표기 용량은 내부에 있는 김치통과 서랍 등 모든 부속물을 들어내고 물을 부었을 때의 용량으로 신제품의 경우 김치 실용적량이 구형 제품들보다 훨씬 떨어진다.

서울에 사는 주부 유모(46)씨도 최근 뚜껑형 210ℓ짜리를 구입했으나 김치 실용적량이 134ℓ밖에 안 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렸다.

김치 저장용량은 표기 용량의 40∼60%

취재 결과에 따르면 상당수 제품에서 표기용량과 김치 실용적량간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일선 대리점 판매원들은 김치 실용적량에 대해 정확히 알려주지 않았다. 복합형(서랍형과 스탠드형)은 L사뿐만 아니라 M사 225ℓ짜리는 김치 실용적량이 99ℓ로 44%에 불과했다.S사 227ℓ짜리는 46%인 104ℓ였다. 뚜껑식도 L사 201ℓ짜리는 124.8ℓ,M사 210ℓ는 134ℓ,S사 202ℓ는 135ℓ로 실용적량이 60%대였다. 한 가전매장 판매원은 성능과 편리함에 대해서만 설명할 뿐 김치 실용적량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김치 실용적량에 대한 질문에는 “김치 60포기 들어간다.”며 애매한 설명으로 일관했다.

L사 관계자는 “스탠드형은 김치냉장고가 과일 저장 등 다용도로 사용하는 추세에 맞춰 내놓은 상품”이라면서 “2005년부터 모든 김치냉장고에 실용적량 표시를 부착하고 있고 판매원들에게 이를 언급하도록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4년전 소보원 지적에 시늉만

2003년 한국소비자원이 김치냉장고는 일반 냉장고와 달리 김치가 들어가는 양이 중요한 만큼 실용적량을 표기할 것을 업체들에 권고했다. 하지만 업체들은 표기용량 옆에 조그많게 실용적량을 써넣는 수준에 그쳤다. 또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실용적량을 거의 표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당시 생산 업체들과 간담회를 통해 소비자의 혼동을 막기 위해 용량표기가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지금까지 이 의견을 받아들인 업체가 거의 없다.”면서 “소비자들은 업체들의 홍보성 표기용량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김치 실용적량을 꼼꼼하게 알아보고 구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경주기자 kdlrudwn@seoul.co.kr
2007-06-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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