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사정관제’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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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주 기자
수정 2007-06-11 00:00
입력 2007-06-11 00:00
현재 고교 3학년 학생들이 시험을 치르는 2008학년도 대학 입시부터 도입하기로 한 ‘입학사정관’ 제도가 출발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다음달 초까지 대학을 선정해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다. 반면 대학들은 “충분한 논의와 준비 없이 도입하는 것은 문제”라며 교육부를 비판하고 있다.

10일 교육부에 따르면 오는 20일쯤 입학사정관제 지원 공고를 내고 2008학년도 입시에 이를 도입할 대학의 지원서를 받아 늦어도 다음달 초까지 7∼9개 대학을 선정, 모두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내년부터 지원 규모를 10배로 늘려 관련 예산만 200억원으로 편성하는 안을 내부적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서울신문이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서울대 연세대 이화여대 등 서울 지역 주요 대학을 확인한 결과, 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준비가 거의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학사정관의 개념도 세우지 못했거나 전문 인력도 찾지 못한 대학도 있었다.

서울대는 고교 교사와 현 입학관리본부의 전문위원을 입학사정관으로 임명하는 안(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올해 입시에 전면 도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입학관리본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의 지위에 관한 법적 장치 없이 2008학년도 전면 도입은 불가능하다. 시범 실시 후 단계적으로 해야 할 일”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고려대와 성균관대는 지원서를 낼지 여부조차 불투명하다. 고려대 박유성 입학처장은 “교육부는 아직까지 입학사정관에 관한 정의나 지침조차 주지 않았다. 부작용에 대한 대비책 없이 금전적 지원만 하겠다는 것이라면 공정성 시비 등 문제가 생겼을 때 대학이 다 책임지라는 것이냐.”며 교육부의 강행 방침을 비판했다.

성균관대는 전문 인력을 채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지만 외부 인력을 물색조차 못하고 있다. 성제호 입학처장은 “대학에 자율성을 주고 문제점에 대한 대비책이 있으면 도입을 추진하겠지만 막연히 미국식을 흉내낸 것이라면 고려해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세대는 외부 채용 없이 교내 교수들을 임명할 계획이다. 그러나 외국처럼 연중 전문적으로 입학 사정에 참여하는 형태는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교수들이 교수직을 유지하면서 입학관리처 전문연구원처럼 입학사정관이 되는 방향으로 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외국처럼 학부모들이 공정성을 믿고 인정할 것인가도 의심스럽다.”며 걱정했다.

서강대와 이화여대는 제안서 방향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대 관계자는 “제안서는 내겠지만 갑작스러워 논의를 더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입학사정관의 신분을 계약직 또는 전문직으로 할지 여부 등 법적 문제도 걸려 있어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답답해했다.

교육부 김규태 대학학무과장은 “(2008학년도 전형 계획이 나온)3년 전부터 입학사정관제 실시 계획을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협의가 없었다고 하는 것은 준비를 안 한 대학에서 하는 불만”이라면서 “2008학년도 정식 도입이 가능한 곳에 한해 지원하게 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재희 이경주기자 s123@seoul.co.kr

입학사정관 수치로 계량화되지 않은 잠재력 등을 고려해 학생을 뽑는 대학 내 전문가. 외국 대학의 AO(Admission Officer)처럼 학생들이 이수한 교육과정과 특별활동 등을 전문적이고 종합적으로 판단, 해당 대학이나 모집단위의 목적에 가장 맞는 학생을 뽑는 역할을 한다.

2007-06-1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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