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무질서 몸살
수정 2007-01-27 00:00
입력 2007-01-27 00:00
지난주 말 설악산 국립공원 등산로 앞. 푸근한 날씨 탓에 이날 하루 동안 설악산 주요 등산로에는 2만여명이 몰려 발디딜 틈조차 없었다.
전국 국립공원마다 예년에 비해 등산객이 늘면서 등산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쌓이고, 아무렇게나 주차한 차량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등산로 입구에서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통제를 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26일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리산 설악산 한라산 등 전국 18개 국립공원을 찾은 등산객은 120여만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 73만여명에 비해 36% 정도 늘었다.
지난주 말 한라산 성판악 등산로에는 한꺼번에 2000여명이 몰려들어 큰 혼잡을 빚기도 했다.
한라산 어리목 등산로는 인근 잔디광장까지 주차를 허용했으나 밀려드는 차량으로 주차요원들도 손을 쓸 수가 없었다. 올들어 26일까지 한라산을 찾은 등산객은 4만 50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두 배가 늘었다. 한라산국립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입장료 폐지로 등산객은 폭발적으로 늘었으나 주차장이 늘지 않아 환경 훼손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북 남원 지리산북부관리사무소의 경우 눈이 내려도 입산자를 통제할 수 없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폭설이 내리면 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내장산과 덕유산도 차량 홍수는 마찬가지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올들어 토·일요일도 없이 근무하다 보니 녹초가 됐다.”면서 “봄이 되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등산객 증가로 국립공원마다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한라산은 생태환경 보호를 위해 등산객을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입장객 총량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대부분 국립공원에서 해지기 2시간 전부터 입산을 통제하고 있지만 등산객들이 지시를 따르지 않아 골치를 앓고 있다.
일부 등산객들은 통제가 심해지자 등산로가 아닌 샛길을 이용하기도 해 자연훼손은 물론 안전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전국종합·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2007-01-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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