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8)끝 부산 자갈치시장 상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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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한 기자
수정 2007-01-13 00:00
입력 2007-01-13 00:00

꿈을 낚는 흥정소리 “싱싱한 세상 왔으면…”

“희망을 갖고 힘차게 뛰어야죠.600년 만에 온다는 ‘황금돼지 해’라고 하니 올해는 좋은 일이 있지 않겠어요.” 날이 밝으려면 아직도 한참 있어야 하는 이른 새벽. 부산시 중구 충무동 자갈치시장은 기지개를 켠지 한참 됐다. 북새통을 이루는 저잣거리에는 생명의 거친 숨결이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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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자갈치 시장이 이른 새벽부터 손님맞이 준비로 활기가 넘친다.12일 새벽 시장에는 아직 손님이 들지 않았지만 상인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부산 자갈치 시장이 이른 새벽부터 손님맞이 준비로 활기가 넘친다.12일 새벽 시장에는 아직 손님이 들지 않았지만 상인들의 손길은 분주하기만 하다.
부산 왕상관기자 skwang@seoul.co.kr
12일 오전 5시. 자갈치 시장 저잣거리에는 밤새 잡은 활어를 위판하기 위해 공판장에 닻을 내리는 고깃배의 엔진소리, 경남 통영·남해, 전남 완도·여수 등 각 산지에서 밤을 세워 달려온 활어차, 그리고 짐을 싣고 내리는 손수레, 상인들의 부산한 몸놀림과 오토바이 소음, 비릿한 갯냄새 등이 함께 어우러져 이 곳만의 특별한 뭔가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부산항 앞바다에서 부는 칼바람이 매섭지만 자갈치시장 상인들에게는 대수롭지 않다.

자갈치시장 상인들은 억세다. 이들의 흥정소리는 한치라도 더 나은 싱싱함을 낚으려는 외침이자 치열한 삶의 현장을 대변하는 소리이다.

여기에서는 질서와 무질서의 경계가 사라진 지 이미 오래다. 오히려 무질서가 질서를 압도하는 느낌을 준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상인들의 고함소리가 오히려 정겹게 여겨지는 것도 이곳만의 독특한 매력이다.

자갈치시장의 하루는 늘 이렇게 어둠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시끌벅적하게 문을 연다.

자갈치시장 상인들은 3년여간의 임시 가건물 생활을 끝내고 지난해 12월 새로 지은 신축건물에 입주했다.

배모양의 현대식 건물 입구에는 복을가져온다는 황금돼지 조형물이 우뚝 서있다.

시장 건물 1층에서 어머니에 이어 2대째 어패류 가게를 하는 미자상회 주인 김대광(43)씨의 하루도 예외가 아니다.

전복 해삼 문어 등 해산물 도·소매업을 하는 김씨는 전날 오전 활어차를 몰고 전남 여수, 완도, 남해 등 산지에서 물건을 받아온다. 그는 “자정이나 오전 1시쯤 도착해 일식집 등 거래처에 보낼 물건을 선별하고 다듬다보면 너댓시간이 훌쩍 넘어버린다.”고 말했다.

도매를 하는 상인들은 김씨처럼 새벽녘에 모든 일을 끝낸다. 날밤을 새운 김씨는 오전 7시쯤 가게에 도착한 아내 김인영(가명·39)씨에게 가게를 넘기고 집으로 향한다. 가게 운영은 전적으로 아내 김씨의 몫이다.

“하루 하루가 경쟁이죠. 벌써 이 생활도 20여년 가까이 되는데 경기가 그다지 좋지 않아 걱정입니다.”.

바로 옆에서 활어가게를 하는 양산 상회 주인 김종원(49·부산 영도구 남항동)씨도 27세때 이 곳에 발을 들여 놓았다. 개인사업을 하던 김씨는 2년 앞서 먼저 둥지를 튼 아내 곽세란(45)씨의 권유로 이곳에 오게 됐다. 그 역시 오전 6∼7시쯤 가게 문을 연다.

한평 반 남짓한 가게 수족관에는 광어 돔 장어 열기 민어 등 수십여 종류의 활어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손님들이 생선을 고르면 즉석에서 회를 떠준다.

김씨도 7년전만 하더라도 활어차로 남해와 전남 지역 등 산지를 돌며 활어를 직접 구입, 도·소매를 겸했다.

그러다 1999년 1월 산지에서 물건을 해오다 교통사고를 당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한쪽 다리가 불편해 지금은 활어차에서 물건을 받아 쓰고 있다.

“하루 12시간 이상 일하며 일년에 추석과 설 등 명절 이틀씩 4일을 빼고는 매일 나와서 일을 한다.”는 김씨는 “열심히 일한 덕택에 다른 곳에 가게도 하나 장만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사가 예전 같지 않아 걱정이다. 불경기 탓도 있겠지만 15년전에 비해 가게수가 배이상 늘어나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월세에다 활어값 등을 제하고 나면 겨우 부부 인건비를 건지는 수준이라고 했다.

하지만 김씨 부부는 최근 재래시장 활성화와 새건물 입주 등에 힘입어 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주변을 돌아봐요. 나보다 힘든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3남매가 아무탈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주면 되잖아요. 뭘 더 욕심을 내겠어요.”

새벽을 여는 자갈치시장 상인들의 새해 소망이 이뤄지려는 듯 이날 아침 솟아오르는 태양이 부산 앞 바다를 더욱 붉게 물들였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007-01-13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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