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테면 와 보시죠,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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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용 기자
수정 2006-08-24 00:00
입력 2006-08-24 00:00
“경찰입니다.” 지난 22일 밤 10시 서울 반포동의 S성인오락실. 소란스러운 기계음 사이로 경찰이 들이닥치자 순간 어색한 분위기가 퍼졌다. 불법 오락실이나 상품권 적발·단속에 잔뼈가 굵은 서울 서초경찰서의 베테랑 홍광표(45) 반장은 업소 사장을 불러 상품권 점검에 나섰다.‘바다이야기’ 오락기 안에 내장된 상품권의 일련번호가 순서대로 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상품권을 재활용하는 ‘재탕’사실이 적발되면 업주가 보유한 모든 상품권을 압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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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이 지난 22일 밤 반포동 한 성인오락실에서 상품권이 재활용되고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서울 서초경찰서 생활질서계 경찰이 지난 22일 밤 반포동 한 성인오락실에서 상품권이 재활용되고 있는지를 일일이 확인하고 있다.
‘3875670,3875684,3875697,3875702….’ 맨 마지막 자리를 제외한 번호의 순서가 맞으면 정상적으로 상품권을 사용하고 있는 업소다.

홍 반장 등 서초서 생활질서계 형사 6명이 불시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기대했던 성과는 거두지 못했다. 단속대상으로 삼았던 나머지 업소들은 아예 셔터를 내리고 굳게 문을 잠근 상태였다.

업주들 “소나기는 피하고 보자”

서초구에서 성업 중인 성인오락실은 모두 71곳. 이들은 모두 ‘일반게임장’허가를 받았다. 경찰에 따르면 이 가운데 약 절반 정도는 영업을 잠정중단한 상태다. 불법을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본보기’로 걸리느니 차라리 자진 휴업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해서다. 일부 ‘바다이야기’ 오락실 입구에는 잠시 휴업을 알리는 ‘업그레이드 중’이라는 안내판이 나붙기도 했다.

그렇다고 영업 중인 업소들이 경찰 단속을 걱정하는 것도 아니다. 모든 게 ‘합법’또는 ‘교묘한 편법’으로 단속망을 피하고 있다. 한 업주는 “상품권은 모두 허가받은 것을 쓰고 있고, 재사용하지 않아도 수익이 나오기 때문에 굳이 불법을 저지를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환전소는 오락실 1m밖에 설치해도 법 위반이 아니며, 청소년 게임기를 40% 이상 비치해야 하는 규정은 소형 3인용 게임기 1대가 3대로 간주되기 때문에 3분의1만 들여놓으면 된다.”고 귀띔했다.

합법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법도 아니라는 주장이다.

현장 단속의 한계-돈·시간·인력이 없다

서초서 김동환 형사는 10여명의 손님들 사이에서 벌써 10여분 이상 한 게임기만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게임기에서 5000원짜리 상품권이 동시에 4장 이상 지급되면 안 되며, 추가 점수는 적립되지 않고 사라져야 한다.”면서 “적립 여부를 확인하려면 직접 게임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공들여 관찰한 게임기는 상품권을 지급받을 수 있는 점수에 이르기 전에 끝나 버렸다. 이 오락기를 사용하던 손님이 이상한 낌새를 채고 자리를 옮겨버린 탓이다.

단속반 노재만 계장은 “불법 위·변조 사실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형사들이 1∼2시간 정도 직접 게임을 해봐야 한다.”면서 “그러나 수사비도, 인력도, 시간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현재 경찰이 단속할 수 있는 내용은 불법 상품권 사용 및 오락기 심의필증 부착 여부, 청소년 게임기 비율 준수 여부뿐이다.

글 사진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2006-08-24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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