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첫 노벨문학상 작가 마푸즈 위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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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6-08-21 00:00
입력 2006-08-21 00:00
아랍권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이집트 문호 나기브 마푸즈(95)가 노환으로 위중한 상태다.

마푸즈는 지난 몇주 동안 카이로 경찰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왔으나 음식도 입에 대지 못한 채 병세가 위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간 이집션 가제트는 마푸즈가 카이로 자택으로 돌아가길 원한다는 뜻을 의료진에 밝혔지만 의료진은 그가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여서 퇴원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부 언론은 그가 신장질환을 앓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의료진은 여러 종류의 노환일 뿐이라며 구체적인 병명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1911년 카이로에서 태어난 마푸즈는 88년 아랍권 작가로는 처음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작가적 역량뿐 아니라 정론을 추구하는 지식인의 표상으로도 이름을 날렸다.

이라크 전쟁을 앞두고 있던 2002년 12월 조지 부시 미 대통령에게 군사력이 아닌 정의의 힘으로 세계를 이끌 것을 호소했고, 지난 2월에는 이슬람권의 공분을 샀던 서구 언론의 마호메트 풍자 만평 게재와 관련,“모든 무슬림의 뺨을 때린 것과 같다.”고 거칠게 비난했다.

평론가들은 1960년대 들어 활동을 시작한 아랍권 작가들은 모두 ‘마푸즈의 외투에서 나왔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아랍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상을 지켜왔다.

그는 1993년에 낸 ‘광기의 속삭임’을 비롯한 10여권의 단편집과 30여권의 소설 및 자기 작품을 각색한 30여편의 시나리오를 완성했으며, 최근까지도 ‘알 아흐람 위클리’에 에세이를 써올 만큼 왕성한 집필 활동을 계속했다. 그는 평소 “글을 쓰고자 하는 욕구가 사라지면 그날이 곧 내 마지막 날이 될 것”이라고 말해왔다.

마푸즈는 노벨상을 안겨준 장편소설 ‘게벨라위의 아이들(우리 동네 아이들)’에 불만을 품은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이 지난 94년 암살을 기도,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알 아흐람에 1959년 연재된 ‘게벨라위의 아이들’은 이슬람 창시자인 마호메트를 모독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는 이유로 최고 이슬람 종교 교육기관인 알 아즈하르에 의해 금서로 지정돼 아직까지 이집트에선 단행본으로 출간되지 못했다.

마푸즈는 올해 초 생전에 이집트에서 이 책이 출간되는 것을 보고 싶다며 알 아즈하르에 금서에서 제외해줄 것을 공개 탄원, 문학 작품에 대한 종교기관의 사전 검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카이로 연합뉴스

2006-08-2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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