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판에 새긴 파란 눈의 ‘한국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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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경 기자
수정 2006-04-20 00:00
입력 2006-04-20 00:00
프랑스 예술가가 본 1930∼40년대 한국 사람들의 모습은 어떠할까.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미크로네시아 등 아시아인의 모습을 화려한 색감의 다색판화로 찍어낸 프랑스의 판화가 폴 자쿨레(1896∼1960).1934년 서울 미츠코시백화점(현 신세계백화점)에서 판화전을 열기도 했던 그의 작품에는 색동옷을 입은 아이, 가슴을 반쯤 드러내고 바느질을 하는 아낙네, 아들의 편지를 읽는 아버지의 모습 등 1930∼40년대 한국인의 생활상이 생생하면서도 친근하게 담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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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생존 당시 폴 자쿨레와 그의 양녀 재일교포 나성순씨.
1957년 생존 당시 폴 자쿨레와 그의 양녀 재일교포 나성순씨.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이건무)은 화려한 색감과 동양적 미를 자랑하는 폴 자쿨레의 목판화 작품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한다.

올해 한국·프랑스 수교 120주년을 맞아 21일부터 6월4일까지 열리는 ‘아시아의 색채:폴 자쿨레 판화’특별전을 통해서다.

박물관 재개관을 앞두고 지난해 7월 폴 자쿨레의 양녀이자 재일교포인 나성순(이나가키 데레즈)씨로부터 기증받은 자쿨레의 다색판화 165점이 전시된다.

그의 판화는 수차례 반복된 스케치와 수채화를 통해 밑그림을 그리고 색을 정한 뒤 색깔의 숫자만큼 목판을 파고 겹쳐찍기를 반복해 완성한 것. 일본의 전통 목판화인 우키요에의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우키요에가 보통 5가지 색으로 표현되는데 비해 자쿨레의 작품들은 더욱 다양한 색이 쓰여졌고, 스케치 연필 선이 목판에 그대로 살아있어 수채화를 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그래서 60∼70여년 전 작품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만큼 색채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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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방향으로 왼쪽부터 돌복을 입은 아이(1934), 3명의 한국인(1935), 보물(1940).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시계방향으로 왼쪽부터 돌복을 입은 아이(1934), 3명의 한국인(1935), 보물(1940).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특히 자쿨레의 눈에 비친 가까운 옛날의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한국에 대한 그의 각별한 애정을 느낄 수 있어 흥미롭다. 우리나라 외에도 20세기 초 프랑스인의 눈을 통해 바라본 일본·중국·미크로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 사람들의 모습도 그려졌다. 그는 4살때 아버지를 따라 일본으로 옮겨온 뒤 대부분의 삶을 보내면서 만났던 수많은 아시아 사람들을 스케치하고 목판으로 찍어냈다. 그의 간명하고 단정한 필선과 화려한 색채는 국적을 초월해 온화한 인간애가 깃들어 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특히 ‘돌복을 입은 아이(1934년)’,‘보물(1940년)’,‘둥지(1941년)’ 등 대표적인 작품에서 자쿨레는 우리나라 한복의 유려한 선을 살리고, 색을 사용하지 않고 목판을 눌러 찍는 엠보싱 기법으로 누비 등의 옷감의 질감을 생생히 표현했다. 박물관측은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22일 ‘프랑스 판화가 폴 자쿨레’라는 특강과,5월 매주 토요일마다 전시설명회를 마련했다.(02)2077-9000.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6-04-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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