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기관 소음예측 ‘티격태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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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호 기자
수정 2006-03-07 00:00
입력 2006-03-07 00:00
아파트를 비롯한 주거지역의 도로교통 소음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환경부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절반 이상이 법정기준치가 넘는 과도한 소음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될 정도다. 그만큼 소음으로 인한 고통은 이미 일상적 문제로 자리잡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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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도로소음 예측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환경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팽팽하게 맞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아파트 도로소음 예측의 타당성을 둘러싸고 환경 관련 국책연구기관들이 엇갈린 의견을 내놓고 팽팽하게 맞서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서울의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서울신문 포토라이브러리
이런 가운데 국내 대표적인 환경관련 국책연구기관 두 곳이 아파트 도로교통소음 문제와 관련해 서로 엇갈리는 주장을 펴면서 갈등을 빚고 있다. 갈등의 주체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과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NIER)이다.

KEI가 환경부·토지공사 등으로부터 용역사업을 수주해 지난해 펴낸 ‘도시개발시 도로소음 저감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가 단초를 제공했다. 보고서엔 “국립환경과학원이 제시하고 있는 아파트 도로소음 예측식이 실제보다 소음도를 훨씬 낮게 평가하는 등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요지의 분석결과가 제시돼 있다.

KEI는 그 근거로 환경과학원의 예측식을 적용한 소음도와 현장에서 측정한 실제 소음도를 서로 비교한 결과를 제시했다. 도로변에 위치한 대전시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골라 소음을 측정한 결과 실제 소음도가 예측치보다 무려 10㏈(데시벨)이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KEI가 자체 개발한 예측식은 소음오차 범위가 1㏈ 남짓에 불과했다. 연구용역을 수행한 KEI 박영민 박사는 “환경과학원의 예측식은 도로소음 환경문제가 야기될 우려가 있는 지역에서 현실성 있는 예측결과를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개선되거나 새로운 식으로 대체되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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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기관인 환경과학원의 소음 예측식이 사실상 잘못됐다는 이 같은 주장은 만만찮은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아파트를 비롯한 대규모 공동주택을 건설하는 사업자는 관련 법령에 따라 아파트 건설 전에 소음 환경영향평가를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하는데, 현재 대부분의 아파트 건설사업에서 환경과학원의 소음예측식이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과학원은 KEI 주장에 발끈하는 분위기다.“(KEI가)과학적 조사방법을 도외시한 터무니없는 결과를 내놓았다.”는 원색비판도 마다하지 않았다. 환경과학원 강대준 박사는 “(환경과학원의)예측식은 오랜 기간 동안 엄격한 검증을 거쳐 구축된 것”이라면서 “아파트 한 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예측식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KEI가 선정한 조사대상 지점이 “예측식을 적용하기에 적절치 않은 곳이어서 (KEI 분석은)원천적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환경부는 이런 사태에 대해 내심 곤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12월 열린 환경정책학회 세미나에서도 “공동주택 소음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때 환경과학원의 예측식을 사용하기엔 불합리하다. 새로운 예측식을 개발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은호기자 unopark@seoul.co.kr
2006-03-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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