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경험 그대로 담아… “이제야 아픔도 탈출”
유영규 기자
수정 2005-11-21 00:00
입력 2005-11-21 00:00
탈북청소년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탈북자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화제다. 탈북 청소년 대안학교인 셋넷학교에 재학중인 양미(18)양과 영상팀 ‘망채’(망둥어의 북한사투리)는 최근 탈북가정의 가족사를 그린 다큐멘터리 ‘기나 긴 여정’을 완성했다. 그간 제3자의 눈을 통해 본 탈북청소년 영상물은 많았지만 그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얘기를 담아낸 것은 처음이다.
감독과 시나리오, 내레이션을 맡은 양양은 자신의 가족이 북한을 탈출해 남한에 오기까지 힘들었던 여정을 29분짜리 6㎜영상 속에 담아냈다. 현지 영상을 담기 위해 지난 8월 양양은 교장선생님과 중국 지린성(吉林省) 두만강 인근 훈춘(琿春)을 다시 찾았다. 이곳은 2002년 가족이 남한 행을 결심하기 전까지 5년 간 생활했던 곳이다. 현지 공안에 잡힌 횟수만 모두 네 번. 북한을 탈출한 가족에게는 아픔과 회한의 땅이기도 하다.
“한번은 아버지와 제가 중국 공안에게 잡혔어요. 동생과 엄마를 남긴 채 북한으로 송환될 위기에서 아버지는 수저머리를 잘라 숨긴 후 숟가락을 그대로 삼켰죠.”복통을 일으키는 아버지를 보고 문제가 복잡해질 것을 우려한 공안들은 부녀를 풀어줬다. 다행히도 수저자루는 대변을 통해 아버지 양씨의 몸 밖으로 빠져나왔다. 양양은 영화 속에서 가족이 겪은 이별과 재회 등을 담담하게 그려냈지만 “같은 시련이 다시 온다면 이제는 못 견딜 것 같다.”고 회고한다.
양양이 비디오카메라를 든 것은 셋넷학교의 영상제작 수업에 참여하면서부터다. 학교 친구인 김명국(17)군과 유성일(19)군도 촬영과 편집 담당으로 제작에 합류했다.
포털사이트 다음이 출자해 설립한 다음세대재단의 지원으로 완성된 ‘기나 긴 여정’은 오는 24일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의 개관 기념영상제와 다음달 초 유스보이스(Youth Voice) 페스티벌 등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2005-11-21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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