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약용 유물 25점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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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창 기자
수정 2005-07-19 00:00
입력 2005-07-19 00:00
‘남도답사 1번지’에서 다산(정약용·1762∼1836)이 직접 쓴 편지와 시집, 자전 등 유물 25점이 공개됐다.

전남 강진군은 18일 “다산이 유배지인 강진에서 18년 동안 생활하면서 그의 가족이나 제자, 지인 등에게 썼던 서첩(편지)과 한시 등 유물이 대거 공개되기는 처음이다.”라고 밝혔다.

이번 다산 유물은 강진군에 사는 다산의 제자 후손 10여명이 집안 보물로 소장하던 것을 강진군의 청자문화제에 맞춰 마련된 다산 특별 유물전에 기증하면서 한자리에 모였다.

다산이 목민심서·흠흠심서·경세유표 등 500여권의 역작을 남겼으나 그의 인간미와 당시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드문 유물이다.

특히 다산은 그의 제자인 황상이 사는 집에 추사(김정희)와 함께 놀러갔다가 하룻밤을 묵은 뒤 조로 지은 밥에 아욱국을 배불리 먹은 뒤 “고맙다.”는 뜻을 담은 ‘남원로규조절, 동곡황량야용’이란 시를 썼고 이에 추사가 ‘로규와 황량’이란 글자를 떼어내 ‘로규황량사’란 현판을 써서 그에게 건네줬다. 강진 다산초당에 이 현판이 걸려 있지만 붓글씨로 쓴 원본이 확인되기는 이번 유물전이 처음이다.

이 글귀는 고결한 선비를 상징하는 표상이 되면서 인근 지역 선비들이 앞다퉈 탁본해 집안에 걸었다는 일화도 확인됐다.

또 다산은 유배지에서 자신을 맨처음 돌봐준 윤시유의 재혼에 대해 탈상 3년 전에 유교의 법을 어기고 재혼하게 된 지인에 대해 법과 현실 사이의 곤혹스러움과 안타까움을 ‘요조첩(요조숙녀의 글)’에 담아냈다.

또 자휘서간(자전)과 제경(공경하는 글), 차를 제조하는 제다법이나 윤시유와 함께 그렸다는 지도 등은 대표적 실학자인 다산의 품성과 능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임을 엿볼 수 있다.

명지대 국문과 안대회 교수는 “다산이 제자 등에게 쓴 편지에서 ‘지붕을 이었느냐. 위장병으로 고생을 많이 했다.’는 등 다산의 자상한 성품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진 남기창기자 kcnam@seoul.co.kr

2005-07-1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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