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직변경 요구가 항명인가” 반발
수정 2004-12-21 06:47
입력 2004-12-21 00:00
●5시간 반이 넘는 마라톤회의
이날 오후 4시 국방부 신청사 4층 회의실에서 시작된 보직해임심의위원회는 오후 9시 30분까지 무려 5시간 30분 가량 계속됐다.
회의에 앞서 국방부는 해당 군 검찰관들에게 보직해임 건의서를 제출하게 된 경위 등을 적은 진술서를 제출하고, 심의위에 참석하라고 통보했다.
위원장은 육군 소장이, 위원은 국방부 과장(대령)급 간부 4명이 맡았다. 심의위원들은 해당 검찰관들을 불러 이들이 제출한 진술서의 내용을 일일이 확인했으며, 이로 인해 회의는 당초 예상했던 1시간 안팎보다 훨씬 길어졌다.
특히 소명을 위해 심의위에 출석한 일부 검찰관들은 “구속영장 청구 등 기본적인 수사 여건만 보장된다면 진급비리를 속속들이 밝혀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보이며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가 어려워져 보직을 바꿔달라는 게 어떻게 ‘항명’이 될 수 있으며, 기자들에게 이를 알린 사실도 없다고 적극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대다수 심의위원들은 군 검찰관의 집단 사의 파동이 군 기강 해이의 단면이라는 데 입장을 같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직 해임 배경은
이들에 대한 보직 해임은 일찍부터 예견됐다. 국방부가 이번 사안을 지휘권 확립과 군 기강을 저해하는 중대한 행위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국방부 신현돈 공보관은 “군 검찰관들의 행동은 군 지휘체계와 군 기강을 문란케 한 점이 인정돼 보직 해임을 결정했다.”며 유능한 검찰관 5∼6명을 추가로 보강해 계속하기로 했다고 밝혀 사실상 전면 재수사 방침을 시사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앞으로 진급비리 의혹사건 수사에서 손을 떼게 됐다. 또 향후 석달 안에 보직을 받지 못하면 강제 전역당할 수도 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군에서 보직 해임 조치는 대형 사고 때 주로 여론 무마용으로 사용되는 지휘조치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상황이 항명죄를 적용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인 만큼 징계 수위가 ‘치명적’이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검찰관 3명은 일반대학 출신
보직 해임된 검찰관은 국방부 검찰단 소속 최모·남모 검찰관과 육군본부에서 파견나온 최모 검찰관 등 3명으로 모두 소령이다.
이들은 지난 5월 사상 처음으로 육군 대장의 구속사태를 불러 온 신일순 당시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업무상 횡령사건도 담당했었다.
최·남 검찰관은 제11기 군 법무관 시험을 거쳐 장교로 입문했으며, 육본 파견 최 검찰관은 1년 늦은 12기 출신이다. 주로 사관학교를 거치면서 엄격한 군내 규율을 익힌 일반 장교들과는 정서가 다소 다르다는 평가도 그래서 나온다.
현재로선 이들에게 차후 보직이 언제 주어질지가 최대 관심사다. 현 인사법에 따르면 석 달 안에 보직을 받지 못할 경우 현역 복무 부적격자 판정을 받아 ‘전역’이 되기 때문이다.
내년 4월 말 10년 의무 복무를 마치고 전역을 앞두고 있는 이들의 경우 이번 사안 때문에 만기 복무기간을 채우지 못할 경우 자칫 변호사 자격 취득에도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2004-12-2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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