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사기단, 법무사에 딱 걸려
수정 2004-10-01 07:10
입력 2004-10-01 00:00
10여년간 검찰 수사관으로 근무하다 1996년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에 사무실을 개업한 법무사 김학민(49)씨에게 지난 21일 경기도 수원 영통지구에 1400여평의 땅을 소유하고 있다는 임모(51)씨 일행이 찾아왔다.임씨 등은 “시가 70억원대의 땅을 담보로 5억원을 대출받고 싶은데 근저당을 설정해 달라.”면서 주민등록증과 등기권리증을 내밀었다.
임씨 일행의 서류를 천천히 살펴보던 김씨는 등기권리증이 정교하게 위조됐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등기권리증에 찍인 수원등기소 도장의 날짜가 엉터리로 적혀 있었던 것.수원등기소가 설립된 것은 2001년이지만 서류에는 1994년에 도장을 찍어준 것으로 돼 있었다.
김씨는 이들이 전문 토지 사기단이라는 사실을 직감했지만 “내일 사무실을 다시 찾아오라.”며 일단 돌려보냈다.김씨는 즉각 검찰 동기인 서울중앙지검 수사3과 수사관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을 제보했다.제보를 받은 검찰은 22일 오후 김씨의 사무실에서 대기하다가 사무실을 다시 찾은 임씨와 공범 김모(42)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사기단의 두목격인 서모(40)씨가 전북 익산에 은신해 있다는 진술을 확보,검거에 나섰지만 공범들이 체포됐다는 소식을 들은 서씨는 23일 새벽 유서를 쓰고 자신의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고건호)는 30일 서류를 위조한 공범 3∼4명의 신원을 확인,이들을 수배하는 등 검거에 나섰으며 경기도 성남·양평 일대의 다른 토지사기 사건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법무사는 “서류를 조금만 들여다봐도 위조 여부를 금방 알 수 있었기 때문에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고,피해자가 생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제보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kh4right@seoul.co.kr
2004-10-01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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