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골리앗 횡포’ 눌러
수정 2004-06-15 00:00
입력 2004-06-15 00:00
2002년 조달청 입찰을 통해 일부시교육청에 22억원어치의 라우터와 스위치 등 NEIS용 전산장비를 대기로 한 A사는 같은해 7∼8월 중소기업인 I사와 물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동종 업체인 SK C&C가 매출실적을 올리기 위해 A사와 I사 사이에 끼어들었다.실제 물품 공급은 A사와 I사 사이에서 이뤄졌지만,계약서에는 SK C&C를 거친 것처럼 꾸민 것이다.현대정보기술과 삼성네트웍스,엘지히다찌,㈜KT 등 대기업 계열사들도 동참했다.결국 A사와 I사 사이에서만 이뤄진 22억여원의 물품 공급계약이 모두 9개 업체를 거치는 ‘중층계약’으로 변했다.이에 대기업 계열사 등은 장부상 10억∼20억원 상당의 매출을 늘렸고 SK C&C는 2000만∼3000만원,엘지히다찌는 1300여만원,㈜케이티는 1000만원의 이익을 남겼다.I사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번거롭고 마진도 빼앗기지만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 업계 분위기상 이를 용인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간에 끼어들었던 J사가 부도를 내 하위 도급사에 물품대금을 주지 못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삼성·현대 등 대기업 계열사들은 채권 떠넘기기로 채권·채무 관계에서 빠져 나왔고 I사가 SK C&C에 대해 20억여원의 채권을 갚는 것으로 사태가 마무리됐다.결국 I사는 소송을 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 황한식)는 “당시 계약을 무효로 볼 수는 없다.”면서 “SK C&C는 물품대금 20억여원을 지급하라.”고 원고승소 판결을 내렸다.J사에서 대금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I사에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SK C&C측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회사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매출실적을 올리다 발생한 일”이라면서 “이같은 편법이 없도록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4-06-1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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