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교수 우화 인용 최후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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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4-03-10 00:00
입력 2004-03-10 00:00
“사육사가 매일 아침 나무 꼭대기에 신선한 바나나를 매달고,근처에 전류를 통하게 했다.첫번째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다가 강한 전기에 놀라 곧 포기했다.두번째,세번째 그리고 네번째 원숭이도 마찬가지였다.이튿날 새로운 원숭이가 우리 안에 들어왔다.다섯번째 원숭이가 나무에 오르려 하자 나머지가 그를 말렸다.그러나 그는 만류를 뿌리치고 바나나를 따 먹었다.네 마리 원숭이는 사육사가 이미 전류를 끊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송두율 교수는 9일 남한사회라는 ‘우리’속에 국가보안법이란 ‘바나나’에 얽매여 있는 국가정보원·공안검찰·거대 언론과 달리 ‘경계인’인 자신은 기존의 선입견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통일의 시대를 열고 싶다는 바람을 밝혔다.그는 A4용지 6장 분량의 최후진술서에서 원숭이 이야기 이외에도 대나무와 도토리나무,흰 소와 검은 소,물에 빠진 개구리 등의 우화를 들며 자신의 철학을 담담하게 진술했다.

남북통일과 관련,송 교수는 ‘상생의 원칙’을 강조했다.‘그는 “대나무는 뿌리가 옆으로 퍼지면서 죽순이 나와 서로 연결,번식하지만,도토리 나무는 도토리가 땅에 떨어져 떡잎이 나와도 그늘 때문에 성장하지 못한다.”며 통일을 위해선 ‘나만이 옳다.’는 아만(我慢)을 버려야 한다고 강조했다.송 교수의 내재적접근법과 맞닿는 얘기다.

공판 4시간 동안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던 송 교수도 자녀들을 거론할 때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부모가 난 땅을 난생 처음 밟았다가 기대가 실망으로 뒤바뀐 충격을 경험한 자식들”이란 말로 자녀에 대한 심경을 드러냈다.이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을 통해 (자식들에게)조국이 사랑할 만하다는 확신을 심어달라.”고 말했다.

정은주기자 ejung@˝
2004-03-10 4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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