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갈채 받은 ‘해수부 노조 공문’

오달란 기자
수정 2017-09-13 17:56
입력 2017-09-13 17:48
추석연휴 가족과 보낼 수 있게 과도한 국감자료 자제 요청

공문을 받은 의원들은 발끈했습니다.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자료요청권을 무시했다”, “무엇이 과도하고 즉흥적이라는 거냐”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예년에도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차원에서 국감자료 요청 관행을 개선해 달라고 국회에 수차례 요구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처럼 개별 부처 노조가 ‘센’ 표현으로 의견을 전달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듭니다. 특히 추석 연휴에 쉴 수 있도록 자료 요청 기한을 오는 20일로 못박은 부분에 대해 많은 의원이 불쾌해했다고 합니다. 결국 김영춘 해수부 장관은 “노조 입장과 무관하게 성실히 자료를 제출하겠다”며 농해수위 의원들에게 사과했습니다.
그런데 해수부 노조에는 이달 초부터 격려 전화가 몰려들었습니다. “할 말 잘했다”, “속이 시원하다”, “기 죽지 말라”는 동료 공무원들의 응원이었지요.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부럽다는 반응입니다. 한 경제부처 사무관은 “우리 노조도 국회에 공문 좀 보냈으면 좋겠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요새 정부세종청사는 자정이 넘도록 불이 켜진 사무실이 많습니다. 다음달 12일부터 시작될 국감 준비 때문이지요. 역대 가장 긴 열흘의 추석 연휴에도 사흘 이상 출근해야 하는 공무원이 많습니다.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가 피감기관의 잘잘못을 파헤치려고 자료를 요청하는 건 당연합니다. 다만 한 번도 풀어보지 않고 내다버릴 자료, 습관적으로 과거 5년, 10년치 정보를 요구하는 관행은 이제 그만 끊어야 하지 않을까요. 무례한 공문을 보냈다고 공무원 노조를 ‘깨기’ 전에 말입니다.
세종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2017-09-14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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