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 신청한 北태용호, 올 여름 임기 마치고 귀국예정이었다…골프·테니스 즐겨“
장은석 기자
수정 2016-08-17 14:11
입력 2016-08-17 14:11
태용호 공사를 만났던 영국 BBC 방송의 서울·평양 주재 특파원은 그가 올여름 평양에 복귀할 예정이었다고 전했다.
스티브 에번스 특파원은 이날 ‘내 친구 탈북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태 공사가 좋아하는 런던 서부 액턴의 인도 식당에서 만나 함께 식사한 것이 마지막이라며 개인 용도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고 밝혔다.
정확히 만난 시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당시 태 공사는 당뇨병 전증이 있다며 밥은 먹지 않고 커리만 먹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전했다.
태 공사는 임기가 끝나는 올여름 평양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며 가족과 함께 귀국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가 말쑥하고 보수적인 전형적인 영국 중산계층으로 보였고, 실제 교외 생활에도 잘 맞았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일링 지역의 테니스 클럽을 지나다 신규 회원 모집 광고를 보고 클럽에 가입했고 열심히 활동했다.
그는 자신이 골프에 집착하는 것에 아내가 불평해 테니스를 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전했다. 태 공사의 아내가 골프와 자신 중 선택을 하라거나, 골프채를 놓지않으면 평양으로 가버릴 것이라는 등의 얘기를 했었다는 말도 들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소개했다.
두 사람은 주로 가족과 건강을 화제로 대화를 나눴다.
영국에 있는 북한 외교관의 자녀는 공립학교에 다닌다며 아이들이 처음 익힌 영어는 ‘그만해’, ‘이제 그만’ 같은 교사의 말이었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
에번스 특파원은 태 공사의 아들이 영국의 대학에서 평양을 세계적인 도시로 만들려면 장애인 주차 공간을 확충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공중보건경제학 학위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에번스 특파원은 평양에서는 장애인용 주차장보다 자동차가 더 많이 있어야 한다며 개인적인 평가를 덧붙였다.
에번스 특파원은 북한 관리와 이야기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태 공사는 한 번도 정권에 대한 불만이나 의심을 내비친 적이 없다며 태 공사의 망명이 사실이라면 기쁘다고 말했다.
태 공사는 여러 궂은 일도 처리했다고 에번스 특파원은 소개했다. 태 공사는 김정은 위원장의 독특한 헤어스타일이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된 2014년 런던 서부 사우스일링의 한 미용실에서 김 위원장의 사진에 ‘불쾌한 날엔’(BAD HAIR DAY)이라는 문구를 달아 할인 행사 포스터를 만들자 직접 미용실에 찾아가 항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친형 김정철이 런던에서 열린 에릭 클랩턴의 공연장을 찾았을 때 바로 옆에서 에스코트하는 모습이 일본 방송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에번스 특파원은 BBC의 동료 특파원이 평양에서 억류됐던 상황 등을 지적하며 “당신이 태 공사라면 어떻게 하겠느냐”며 “평양행 비행기를 타고 돌아가서 가혹한 처벌을 받을것인가, 아니면 가족과 함께 영국에 또는 어쩌면 미국에 망명을 신청하겠느냐”고 말했다.
에번스 특파원은 “알 수 없지만 스파이 소설이나 영화 같은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며 “그가 어떤 속임수에 연루됐든 나는 그를 좋아한다. 그가 미국의 조용한 소도시에서 테니스를 치면서 만년을 보내는, 해피엔딩인 영화가 돼야한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