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기대 충족 못하는 외교부
수정 2010-06-16 01:14
입력 2010-06-16 00:00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15일 “대통령은 외교부가 창의력을 발휘해 시시각각 변모하는 국제무대에서 국익을 극대화하길 바란다.”면서 “하지만 외교관들의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접하고는 아주 답답해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이 대통령은 외교 일정을 짜더라도 기왕이면 우리 기업이나 국가의 비즈니스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인데, 외교부는 기존 매뉴얼에 따라 천편일률적으로 일정을 잡는다는 것이다. 외교부가 최근 신임 주 인도 대사 후보로 외시 기수 등 일반적인 임명 기준에 입각해 인물을 올렸다가 이 대통령이 “인도는 앞으로 자원 외교가 중요한데 경제통을 임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부랴부랴 다른 후보자를 물색한 것도 ‘무(無) 창의성’의 사례다.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기업인 시절 해외공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들의 행태를 목도하고 안 좋은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는 시각도 있다.
실제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1일 외교부의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외교관은) 화려한 직업이기 전에 헌신하고 봉사하는 자리”라면서 “아프리카 같은 오지로 파견돼도 보다 편한 곳으로 이동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그 분야 전문가가 되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질타한 바 있다.
아무리 지적해도 외교부의 행태가 고쳐지지 않자 이 대통령은 근본원인이 외무고시를 통한 기계적인 외교관 선발방식과 외교부 ‘순혈(純血)주의’에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이 대통령은 고시 제도 개선을 지시했지만, 외교부는 대통령의 ‘개혁 마인드’를 제대로 읽지 못하고 소극적인 개선안을 수차례 올렸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결국 지난달 말 서류전형과 면접, 연수를 강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선발 제도가 확정됐지만, 실제 시행될지는 불투명하다는 회의론도 없지 않다. 새 제도 적용 시점(2012~2013년)이 이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때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전례로 봤을 때 정권이 바뀌면 결국 흐지부지될 개연성도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2010-06-16 4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