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오늘 개성 접촉] ‘3無 PSI’ 외교안보라인 문책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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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09-04-21 00:46
입력 2009-04-21 00:00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온 대량살상무기(WMD) 확산방지구상(PSI) 전면참여 발표가 부처간 일관성 없이 엇박자를 보이며 3차례나 연기되면서 외교안보라인 문책론까지 불거지고 있다.

PSI 가입 발표가 혼선을 빚은 것은 관계 부처간에 제대로 된 협의 없이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우면서 예견됐다는 평가다. 청와대와 외교통상부·통일부 등 외교안보라인의 임기응변식 정책 추진으로 일이 꼬였고, 북한에 빌미만 제공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는 공식 출범 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부터 PSI 참여를 검토했다. 지난 2006년 10월 북한의 핵실험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며 미국측의 PSI 참여 요청을 거부했던 노무현 정부와 달리, 미국이 주도하는 PSI에 동참함으로써 한·미 동맹을 강화하고 ‘글로벌 외교’를 지향해야 한다는 것이 외교안보라인의 판단이었다.

현 정부 출범 첫해 외교부는 “여러가지를 검토해 추진할 것”이라며 PSI 전면참여에 유보적 자세로 돌아섰다.

그러다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밝힌 지난달 하순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로켓 발사에 대한 대응책으로 PSI 카드를 꺼내들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 등 국제사회 대응이 예상되니 로켓 발사 직후가 PSI 가입의 적기(適期)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예상은 빗나갔다. 북한의 로켓 발사 전후로 PSI 가입은 불필요하게 남북관계를 악화시킬 수 있다며 무용론이 제기됐고, PSI 자체가 WMD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그러자 정부는 “북한 로켓 발사나 반발과 관계 없이 국제사회의 WMD 확산방지 노력에 동참하려는 것”이라며 말을 바꿨다.

명분을 앞세우며 안보리 성명 채택 이후로 발표를 미뤘지만 정부 내에서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외교부는 늦었지만 발표 강행을 추진했고,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억류된 현대아산 직원 유모씨의 신변을 우려하며 재연기를 주장했다.

대통령직인수위 외교안보분과 인수위원이었던 현인택 통일부장관은 당초 PSI 찬성론자였으나 남북관계 악화가 우려되자 뒤늦게 참여에 제동을 걸었다는 후문이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도 방향성을 잃고 발표 시점을 서둘러 밝혔다가 번복하는 등 혼선을 가중시켰다. 외교안보라인은 PSI 전면가입과 관련, 전략과 전술도 없이 우왕좌왕한 셈이다.



외교안보라인이 아마추어식 정책 혼선을 빚고 있는 동안 ‘외교의 프로’인 북한은 이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21일 개성공단 관련 남북 당국간 접촉을 제안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이 남북관계의 전략에 있어 한수 위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2009-04-2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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