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이전 위헌 파장] ‘서울=수도 관습헌법 요건 되나’ 논쟁확산
수정 2004-10-23 10:49
입력 2004-10-23 00:00
●관습헌법이 존재하는가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신행정수도 건설사업이 전면 중단된 22일 신행정수도건설추진위원회가 입주해 온 서울 세종로 정부중앙청사의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김명국기자 daunso@seoul.co.kr
대다수의 헌법학자들도 어느 나라든 성문헌법을 보완하는 관습헌법이 존재한다고 입을 모은다. 명지대 김철수 석좌교수는 “국기나 애국가 등 헌법조항에는 없지만 헌법만큼 기본원칙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 관습헌법”이라고 설명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관습헌법은 공론화되지 않았지만 교과서적 개념”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김갑배 법제이사는 “민법은 법률에 없으면 관습법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헌법은 관습헌법에 대한 근거를 전혀 마련하지 않았다.”며 반박했다. 성균관대 김형성 교수도 “우리 헌법은 대통령, 국회의원 선출 등 세세한 부분까지 포함하고 있어 관습헌법을 도입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 한 부장판사는 “헌재 결정으로 관습법 체계인 영·미법계 정신과 성문법 체계인 대륙법계 정신이 막 뒤섞여 우리 헌법체계가 혼란을 맞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서울=수도’ 관습헌법인가
서울은 사전적 의미로 바로 ‘수도’의 의미를 지녔고,1392년 조선왕조가 창건된 이후 600여년 동안 정치·경제·문화 중심지였기에 관습헌법에 해당한다고 헌재 다수의견은 설명했다.‘서울=수도’라는 개념은 오랜 전통에 의한 계속적 관행이고, 이 관행이 중간에 깨진 적이 없으며, 우리나라 국민 모두가 서울이 수도라는 사실을 명확히 인지해 국민적 합의를 얻고 있어 관습헌법의 요건을 모두 갖췄다는 것이다. 북한 등 70여개 국가가 헌법에 수도 위치를 규정한다는 점도 고려됐다.
경희대 정태호 교수는 “서울특별시 행정특례에 관한 법률에 서울특별시는 ‘수도로서 특수한 지위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면서 “법률로 규정된 사항을 관습헌법이라 또다시 명시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소수의견을 낸 전효숙 재판관도 “흔히 관습헌법으로 여겨지는 태극기와 한글의 경우도 대한민국 국기에 관한 규정과 한글전용에 관한 법률에서 규율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규정형식이 잘못됐다고 말할 순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대 최대권 명예교수는 “태극기, 한글 등은 관습헌법으로 받아들여진 사항을 하위법률로 명시한 것뿐”이라면서 “국어를 한국어에서 영어로 바꾸는 등 근본적 변화를 추구할 때 국민의 합의가 없다면 당연히 위헌”이라고 재반박했다.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따라야 하나
헌재 다수의견은 “관습헌법을 폐지하려면 성문헌법의 개정절차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고 결정했다. 관습헌법이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지위를 지녔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과 유권자 과반수 투표에 과반수 찬성으로서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한 관계자는 “민법에서 규정한 관습법을 고치려면 법률 개정 요건을 갖춰야 하듯 관습헌법도 성문헌법 개정 절차를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헌법학자들은 “관습헌법은 성문헌법에 대한 보완적 효력만을 지녔기에 국민적 합의나 법률개정 등으로 바꿀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효숙 재판관도 “법률에 규정되지 않는 한 아무리 처벌할 필요성이 있어도 처벌할 수 없는 것처럼, 성문헌법에 규정되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법적효력은 달라진다.”고 밝혔다. 성문헌법과 관습헌법이 동등한 효력·지위를 가질 순 없다는 것이다.
고려대 장영수 교수는 “헌법 130조 국민투표권 규정은 성문헌법의 개정을 전제로 한 것이지 관습헌법의 개정을 언급한 것이 아니다.”면서 “헌재의 법리 전개는 적절치 못하다.”고 주장했다. 국회의 동의없이 국민투표 등으로도 얼마든지 관습헌법 개정이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변협 김갑배 법제이사는 “관습헌법이 성문헌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면 헌재가 언제든지 국회의 입법권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면서 “이는 대의민주주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우려했다.
강충식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2004-10-23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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