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창고’는 119년 역사의 서울신문 DB사진들을 꺼내어 현재의 시대상과 견주어보는 멀티미디어부 데스크의 연재물입니다.
올해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인천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아파트는 기둥 위에 이를 지탱하는 대들보 없이 천장을 얹는 무량판 시공법을 사용했다. 이 무량판 구조는 보가 없기때문에 기둥과 슬래브 연결부위에 들어가는 ‘전단보강근(철근)’이 촘촘히 들어가야 하는데 시공시간과 비용절감 문제로 이 철근을 적게 넣으면 이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량판아파트에 철근이 빠진 이른바 ‘순살아파트’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고 부실아파트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 때문에 무량판 시공아파트에 대한 공포여론이 조성되면서 이른바 ‘무량판 포비아(무량판 공포증)’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과거 서울신문 사진창고에서 찾은 ‘와우아파트’와 ‘삼풍백화점’붕괴 참사 사진으로 현재의 순살아파트 논란을 꼬집어본다.
우리나라에서 철근이 빠져있는 ‘순살아파트’의 원조는 1970년 4월 붕괴참사가 발생한 서울 마포구의 와우아파트다. 당시 와우아파트는 와우산 일대에 건설한 시민아파트였다. 무면허 건설업자들이 관련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면서 허가를 따냈고 이 때문에 비용을 줄이기 위해 철근 70개가 들어가야 했던 아파트 기둥에는 고작 5개의 철근밖에 들어갈 수 없었다. 결국 준공 4개월 만에 5층짜리 이 아파트 한 동이 그대로 무너졌고 붕괴된 아파트의 잔해가 아파트 아래의 판잣집들을 덮치면서 총 34명의 사망자가 발생하게 됐다.
무량판구조의 건물이 붕괴됐던 사고도 있었다. 1995년 6월 29일 발생한 서울의 삼풍백화점 참사가 그것이다. 물론 무량판 시공 자체의 문제는 아니었다. 이 참사의 발생원인 역시 관계공무원과 건설업자 사이의 검은거래로 인한 불법 증축 등이 이유였다. 당시 서초구청장에게 뇌물을 주고 인허가를 받아냈고 본래 용도와는 다른 백화점으로 용도를 변경했다. 그러면서 기존의 구조에서 1개 층을 증축하게 됐지만 이를 위한 강화보다는 비용적인 이유로 오히려 구조를 약하시키는 철근을 사용했고 이마저도 원래보다 적은 수를 넣으면서 붕괴는 예견된 일이었다. 이 참사로 502명의 사망자와 1천 여명에 이르는 부상자가 발생했고 이는 전쟁을 제외하고 대한민국에서 발생한 사고로는 최대 인명 피해로 기록됐다.
최근 LH는 자사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했고 국토부는 이를 민간아파트로 그 대상을 확대했다. 그러면서 무량판 구조에 대한 불안감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여러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해당단지를 찾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무량판 구조라는 이유만으로 집값 하락이 발생할 것을 우려해서다.
전문가들은 철근만 잘 설치되면 안전하고 경제적이고 가변성도 뛰어난 무량판 공법은 죄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이 공법은 미국은 물론이고 유럽에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고 100년도 더 된 공법이다. 위 두 참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공법 자체의 문제가 아닌 부실한 시공이 문제다. ‘무량판 포비아’ 극복은 아파트 주민의 몫이 아닌 철저한 감독을 소홀했던 국가의 몫이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