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장외 MVP ‘파울’의 비밀은…
수정 2010-07-13 00:42
입력 2010-07-13 00:00
① 독일-세르비아 (조별리그)
② 독일-가나 (조별리그)
③ 독일-잉글랜드 (16강)
④ 독일-아르헨티나 (8강)
⑤ 독일-스페인 (4강)
⑥ 독일-우루과이 (3·4위전)
⑦ 네덜란드-스페인 (결승)
파울이 8경기의 승패를 잇달아 맞히자 사람들은 우연 이상의 무엇이 있는 게 아니냐고 묻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축구에 대한 파울의 예지력에 대해서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다. 대신 각 나라의 국기가 가진 색깔 및 모양, 배치, 그리고 승패를 점칠 미끼로 쓰인 홍합의 냄새 같은 주변환경과 문어의 습성에 따른 결과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는 12일 “해양생물들이 예지력을 가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지진이나 태풍 등 자연현상에 국한된 것”이라며 “축구 경기의 승패나 국가 구분 등은 문어가 알 필요도 없고, 알 수도 없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비록 문어가 높은 지능을 지닌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예지력과는 전혀 무관하다는 설명이다.
‘파울’이라는 이름의 문어는 이번 남아공월드컵 8경기에서 승리팀을 맞혔다. 확률로 치면 256분의1이다. 이를 누구한테나 가능한 단순한 우연으로만 볼 수 있을까. 크리스 버드 영국 잉글랜드 바스 대학 응용수학과 교수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파울의 예측을 동전 던지기에 비유했다. 가령 6번 연속 앞면이 나오는 건 흔치 않은 일이지만 (영국) 복권에 당첨될 확률 1400만분의1에 비하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
‘파울’을 설명하는 가설 가운데 가장 설득력을 얻는 것은 학습효과론이다. 문어는 바닷속에서 진화해온 생물 중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축에 속한다. 3세 어린이의 지능과 비슷하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된 바도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김영혜 박사는 “문어의 지능은 척추동물 돌고래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연구원 명 박사는 “해양생물들은 먹이를 구하는 단계에서 좀 더 친숙하고 안심이 되는 쪽을 선택하는 습성이 있다.”면서 “파울이 독일 국기를 자주 보면서 학습효과가 생겨 독일 쪽으로 움직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추정했다.
③학습효과? 獨국기 등 삼색기만 선택
이번 월드컵의 경우 파울이 독일 대신 세르비아와 스페인의 승리를 점쳤지만 이것 역시 이런 추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색약(色弱)인 문어는 사람이 구분하는 색깔과는 다르게 색을 인식하기 때문에 같은 삼색기인 스페인이나 세르비아 국기를 구분해 내지 못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어는 초록색이나 파란색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
펜실베이니아 밀러스빌대학의 진 볼 교수는 좀 더 의도적인 학습 가능성을 제기한다. “중계 장면을 보니 파울이 학습된 작업을 수행하는 것 같았다.”면서 “파울이 유로 2008 대회부터는 독일 국기를 선택하는 훈련을 받았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먹이로 제공된 홍합의 크기나 냄새 차이 등도 파울의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답은 파울의 사육사 올리버 발런차크가 쥐고 있다. 만약 그가 파울에게 독일 국기를 고르도록 가르쳤다고 ‘고백’한다면 영광은 독일 대표팀과 공유해야 한다. 연전연승의 승전보를 울린 독일 팀의 경기력이 뒷받침됐기에 ‘조국’ 독일의 승리에 대한 파울의 ‘염원’이 천부의 예지력으로 승화할 수 있었던 것이기에 말이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도움 주신 분들
국립수산과학원 김영혜 박사
한국해양연구원 명정구 박사
사회공공연구소 오건호 실장
전북대 설동훈 교수
2010-07-13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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