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바이러스 2009] 70代 김 여사 10년 젊어진 까닭은
수정 2009-10-23 12:58
입력 2009-10-23 12:00
건국대 제공
할머니들은 신이 났다. “박 여사, 내 꽃분홍색 손톱 곱지? 샘 나지?”“선생님, 최신 유행스타일로 머리에 ‘뽕’ 좀 넣어줘요.” 할머니들의 감탄사와 까다로운(?) 요구사항에 학생들의 손길도 바빠진다. 뷰티숍은 2시간 동안 운영되지만 100여명의 어르신이 몰려들어 매번 성황을 이룬다.
건국대 산업대학원이 주최하는 ‘우리 10년 젊어지는 날’ 행사는 이 대학원 원우회장 임대진(37)씨의 제안으로 지난해 9월 시작됐다.
임씨는 “향장학과 학생들은 미용실과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원장, 화장품회사 직원, 전문대학 교수 등 미용분야의 전문가들”이라면서 “각자 가진 기술로 의미있는 일을 해보자는 취지로 봉사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복지관 측이 장소를 마련해주고 화장품과 도구 등은 학생들이 십시일반 모은 원우회비로 충당한다. 한 번 행사를 열 때마다 50만~60만원이 든다고 한다.
뷰티숍을 연 첫날부터 80명이 넘는 할머니들이 모여들었다. 향장학과 학생회장 이혜숙(29)씨는 “대기석 의자가 모자라 대기자 목록을 따로 만들 정도로 할머니들의 관심이 대단했다.”면서 “예뻐지려는 욕심은 아가씨나 할머니나 똑같은 것 같다.”며 웃었다. 학생들은 외로운 어르신의 말동무 역할도 톡톡히 해낸다. 이씨는 “손톱 손질을 받으면서 자식 자랑과 사는 이야기를 한가득 풀어놓는 할머니들이 많다.”고 전했다.
최근 들면서 할아버지들도 미용 봉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는 “할아버지들은 입구에서 서성이며 구경만 하셨는데 지난 20일에는 60대 ‘천 사장님’이 쑥스러움을 무릅쓰고 손톱 손질을 받으셨다.”면서 “투명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을 자꾸만 쳐다보며 즐거워하셨다.”고 말했다.
향장학과 학생들은 앞으로 봉사활동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임대진씨는 “광진구뿐 아니라 서울 시내 다른 노인복지관도 방문할 예정”이라면서 “학교에 마련된 실습실에서 저소득층 소년소녀 가장을 대상으로 무료 특강을 열어 이·미용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돕고 싶다.”고 밝혔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2009-10-23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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