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집값 다시 ‘들썩’] “보유세 부담? 전세금에 떠넘기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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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찬희 기자
수정 2005-12-02 00:00
입력 2005-12-02 00:00
강남 아파트값이 요지부동이다.‘8·31대책’의 충격으로 거품이 빠질 기미를 보였던 강남권 아파트값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는 것이다. 대책 발표 이후 2개월 동안 서서히 거래가 끊기고 가격이 빠지는가 했는데, 금방 상승세로 반전해 8·31대책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단지도 많다. 전문가들은 빗나간 예견, 일관된 정책 부재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불안한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아파트 거래를 활성화시키고 엇박자 정책을 다듬는 일이 급선무라고 주문한다.

“급매물이 급증하고 거품 제거가 확연하게 드러날 것이다. 더 이상 집값 폭등은 없다. 집값을 ‘10·29대책’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겠다.”정부가 8·31대책을 내놓으면서 제시한 집값 로드맵이다. 그러나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적어도 대책 발표 3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집값 거품제거는 피부에 와 닿지 않고 있다. 마치 8·31대책 관련 입법이 늦어져 일어난 현상으로 몰아 붙이고 있지만, 시장 흐름을 무시한 측면도 적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보유세·양도세 강화 등의 대책만으로는 ‘매물 증가·수요감소→거래부진·가격 경쟁→가격 하락’ 전망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강남 대기 수요 여전…수요 예측 빗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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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 구매 수요가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강남 아파트는 세금 부담 때문에 찾는 사람이 전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예견은 빗나갔다. 전국적인 아파트 투자 수요는 줄었지만, 강남 아파트 수요는 여전하다.

김태호 부동산랜드사장은 “8·31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값이 잠시 주춤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거품이 많이 끼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떨어지기도 했으나 상승세에 비하면 아주 미미하다.”고 말했다. 내릴 때는 서서히, 오를 때는 단번에 상승곡선을 가파르게 타는 강남 아파트값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김 사장은 “강남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이 줄서 있다. 무거운 양도세를 무느니 차라리 갖고 있으면서 보유세 부담은 전세금에 전가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집주인이 많다.”고 밝혔다. 또 “언론보도와 달리 강남 아파트시장에서 수요는 여전하다. 조금만 싼 물건이 나오면 언제든지 구입하겠다는 대기 수요자가 줄지어 있다.”고 말한다.

급매물 미동…거품 제거 미약

강남권에 아파트를 여러 채 갖고 있는 사람은 예상과 달리 급매물을 쏟아내지 않고 있다.2007년부터 1가구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율 50% 중과조치가 시행될 예정이지만 집주인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역부족이다.

8·31대책 발표 직후에 나온 소량의 급매물이 소화된 이후 더 이상 급매물이 나오지 않는 이유가 있다. 주부 한정희(51)씨는 “급매물로 처분하느니 차라리 증여나 상속으로 정리하겠다.”며 “아파트값이 꾸준히 상승하면 보유세 정도는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세를 끼거나 금융기관 부채를 앉고 넘겨주는 변칙 증여·상속 등을 막을 수 없는 것도 아파트 급매물 감소의 원인이다.

거래 활성화…시장 흐름 안정시켜야

기존 주택시장의 거래가 활성화되면 연간 2만가구 이상의 신규 공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시장 경제 원리에 따라 매물이 많이 나오면 값은 떨어진다. 하지만 최근 현상은 거꾸로 움직인다. 강남 아파트 매물은 늘어나지 않고 수요는 여전하기 때문에 가격 하락이 눈에 띄게 나타나지 않고 있다.

때문에 양도세가 무서워 매물을 거둬들이는 부작용을 제거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은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많이 내놓고 공급을 활성화하면 시장원리에 따라 집값이 자연스럽게 떨어질 것”이라면서 “양도세 중과쪽으로만 내몰 것이 아니라 거래 활성화 차원에서 양도세 부과를 완화해 주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2005-12-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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